정부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내세우고 기업들도 속속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현장에서 ‘고무줄 ESG’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 현장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ESG 경영 성과는 평가 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 구조 분야의 권위적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현대자동차에 B등급을 줬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A등급을 매겼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 출자 기관으로 기업들의 활용도가 높은데 해외 기관인 MSCI와는 평가 항목과 내용이 상이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MSCI는 BBB등급을 줬지만 기업지배구조원은 A+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가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롯데쇼핑은 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A등급을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 정보 회사 레피니티브는 100점 만점에 49점의 낮은 점수를 줬다. 한국 기업이 국내 평가 기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LG전자는 MSCI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기업지배구조원으로보터는 B+를 받았다. 국민연금이나 금융기관이 투자와 대출을 결정할 때 ESG 항목을 고려하는 만큼 객관적 기준이 없어 이같이 상이한 결과가 나온 데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송재형 전경련 ESG 태스크포스(TF) 팀장은 “ESG 경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기관마다 중구난방”이라며 “평가 기관이 구체적인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업들의 혼란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