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2 전자 상거래 업체인 징둥(JD닷컴)의 핀테크 자회사 JD테크놀로지가 상하이증시 상장을 결국 포기했다. 중국 금융 당국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알력으로 시작된 기술 기업 규제가 중국 테크 산업 생태계를 혼돈에 몰아넣고 있다. 자국 테크 산업을 강화해 미국에 맞서겠다는 중국 정부가 점차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다.
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JD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0일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중국판 나스닥’인 과학혁신판(스타마켓) 기업공개(IPO)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JD테크놀로지의 스타마켓 IPO 신청 철회는 징둥그룹이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공지능(AI) 사업 부문과 157억 위안(약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JD테크놀로지로 이전하는 내용의 사업 개편안을 완성하기 하루 전에 발표됐다. JD테크놀로지는 지난해 9월 상하이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IPO 신청은 지금까지 승인도 거부도 되지 않은 상태로 보류돼 있었다.
JD테크놀로지의 상장 철회는 중국 당국의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이 지난해 10월 중국의 금융 방식에 대해 ‘전당포 영업’이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가한 후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마윈의 발언 직후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겨우 이틀 앞두고 취소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알리바바와 함께 양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에 대한 공세도 시작했다. 그 공세가 징둥에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규제도 강화돼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플랫폼 경제 반독점 가이드라인’ 을 시행했으며 이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반독점법 개정을 올해 중요 입법 목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무슨 이유에서 나왔을까. 시장에서는 급성장한 중국 인터넷 공룡들의 규모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데서 찾고 있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규제는 미국에 맞서 중국 산업 기술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테크 기업 규제는 중소 규모 기업에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증시 스타마켓은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저장치즈테크놀로지 IPO를 포함해 3월 한 달간 76개의 IPO를 중지시키거나 철회하도록 했다. 이는 전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의 테크 기업 규제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자금 확보를 위해 2019년 스타마켓을 신설하고 기존 중국 증시의 상장 기준인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알리바바 논란을 계기로 다시 사실상 허가제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미 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에서는 자국 자본시장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FT는 “앞서 추진됐던 중국의 개방적이고 시장 지향적인 정책 흐름이 알리바바 논란을 기점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