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의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을 가를 최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5조 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해 온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사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보다는 사업철수가 유력한 가운데 3,700명에 달하는 인력들은 LG전자 내 다른 사업부문에 재배치된다. 비개발 인력과 유·무형 자산 처리 방향은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아 이사회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4일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MC사업부 소속 개발자들은 그룹 내 가전·전장사업부 등으로 재배치 될 것”이라며 “오는 7월 공식 출범해 인천에 본사가 설립되는 마그나와의 합작 법인,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전환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무직 등 비개발 인력 재배치는 아직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 비개발 인력들은 대부분 LG전자 내 다른 인력들과 업무가 겹치고, 지방 사업장에 배치할 경우 반발도 거세질 수 있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20일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매각과 사업철수 등 다양한 사업재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향후 사업방향을 결정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향은 사업철수다. LG전자는 지난 1월 매각과 사업철수 등 다양한 사업재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뒤 2개월 여 동안 사업부 매각을 검토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사업철수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MC 사업부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과 구글, 독일 폴크스바겐 등과 접촉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보유한 특허권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IP)을 놓고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의 MC사업부문이 보유한 특허권 등은 LG전자가 앞으로 집중할 전장과 로봇·가전 사업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LG전자 측은 기술이전 보다는 생산설비 매각을 타진했지만 주요 기업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과 스마트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특허기술을 빼면 LG전자의 MC사업을 인수할 매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스피드한 의사결정이 LG전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도달한 ‘LG 롤러블 폰' 등 현재 개발 중인 차기 신형 스마트폰의 운명과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 30%를 담당했던 베트남과 브라질의 생산시설 처리 문제도 이번 이사회를 통해 방향이 결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샤오미 등 스마트폰 사업자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염두에 두고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대에 그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과 중남미 등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중고폰 보상판매 대상 기종에 LG의 ‘V50’ 등을 포함 시켰다. 이전에도 LG 스마트폰이 대상이 된 적은 간혹 있었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운건 이례적이다. 샤오미도 ‘홍미 노트 프로 10’ 등 20~30만원대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국내에 전격 출시하며 기존 LG전자의 공백을 노리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을 매각하지 못하고 사업철수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적자를 줄여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 후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차선책인 철수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며 “MC 사업 철수 시 적자가 크게 축소될 전망이고, 이에 따른 주가 상승 여력이 생겨 기업가치가 4조~5조 원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