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현대차·CJ·신세계그룹 등이 계열사가 독식하던 1조 2,000억 규모의 단체 급식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은 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 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개최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기업집단국 신설 후 대기업 구내식당 시장 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해 이들 8개 그룹의 일감 개방을 이끌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내복지 차원에서 출발한 급식업체의 특수성을 이배제한채 대기업 일감개방이란 당위성에만 집착한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특히 8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진행할 행사인지도 의문이다.
이날 협의에 따라 ‘범LG’ 계열사인 아워홈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맡겼던 LG와 LS는 내년부터 ‘전면 개방’ 원칙 아래 구내식당 업체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뽑는다. CJ는 구내식당 물량의 65%를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개(수원, 기흥 남자 기숙사) 구내식당을 시범 개방하고 현재 외부 업체를 고르는 중이며 내년부터 일감을 전면 개방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비조리 간편식 부문부터 경쟁입찰을 하고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울산 교육·문화시설 식당을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LS는 계약이 끝나는 사업장부터 경쟁입찰을 도입하고 현대백화점은 김포·송도 아울렛 직원 식당부터 지역 업체에 개방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단체 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5개 사가 4조 2,799억 원에 달하는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개 사가 그룹 계열사와 수의계약한 금액만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들 급식 전문 대기업 계열사 5곳이 관계사나 친족 기업 등과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경쟁 업체의 참여를 제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삼성웰스토리는 실제 2019년 매출액의 36%가량을 삼성전자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회사는 다만 총수 일가 개인 또는 가족회사는 아니다.
공정위는 일감 개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대기업끼리 일감을 ‘나눠 먹기’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정기적으로 구내식당 일감 개방 상황을 점검·공개할 계획이다. 경쟁입찰로 돌린 후에도 삼성전자가 삼성웰스토리와 과도한 협력 관계를 맺거나 삼성은 아워홈에, LG는 삼성웰스토리에 각각 일감을 부당하게 밀어주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 나누기는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아주 힘들고 고단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면서 “일감 개방 결정은 단체 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