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도 120조원 적자로 역대 가장 컸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빚은 1,634만원으로 1년 새 225만원이 불어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하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정부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부채는 241조6,000억원 증가한 1,985조3,000억원에 달했다. 규모와 증가 폭 모두 역대 최대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2020년 1,924조원) 규모를 넘어선 것은 발생주의 개념을 도입해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국공채 등이 증가해 확정부채는 111조6,000억원 늘었다. 확정부채는 국채, 차입금 등 지급시기와 금액이 정해져 있다. 비확정부채는 1년 만에 130조원 증가했다. 재무제표에 들어가나 국가채무에는 포함되지 않고, 국제기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이 중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으로 100조5,000억원 확대됐다. 저금리에 따라 할인율을 2.99%에서 2.66%로 조정한 영향으로 70조9,000억원 커졌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할인율은 과거 10년 국고채 이자율 평균을 적용하며 금리가 내려가면 할인 폭이 줄어 충당부채가 커지는 구조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연금 수혜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재무제표상의 부채다. 재직자 기여금과 사용자(국가) 부담금으로 재원이 조성되는데 적립금이 향후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한다.
중앙(819조2,000억원)·지방(27조7,000억원)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지난해 723조2,000억원에서 846조9,000억원으로 커졌고, 우리나라 인구(5,182만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409만원에서 1,63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가채무는 2016년 600조원을 넘었고, 2019년 700조원을 돌파한 뒤 1년 만에 8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추경과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 시행,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고려하면 올해 1,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적자가 59조2,000억원이 늘어난 -71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7%로 1982년(-3.9%) 이후 38년 만에 가장 악화했다.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악인 -112조원을 기록해 정부가 공식 관리한 2011년 이후 최악이었다. 1년 전인 2019년(54조4,000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에서 44.0%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지원 기재부 재정건전성 과장은 “2020년 12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은 47.8%여서 우리가 훨씬 나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세출은 전년대비 56조6,000억원 늘어난 453조8,000억원, 총세입은 63조5,000억원 늘어난 465조5,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9조4,000억원(일반회계 5조7,193억원, 특별회계 3조6,000억원)이 발생했다. 기업 영업실직 부진으로 법인세가 16조7,000억원 줄어들었으나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증가하면서 그나마 예상보다 선방했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라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지방 교부세(교부금) 정산(2조2,653억원),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을 포함한 국가채무 상환(1조7,615억원), 올해 세입예산 편입(1조6,924억원)에 쓰일 예정이다.
자산은 190조8,000억원 늘어난 2,490조2,000억원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4조9,000억원으로 50조8,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감사원의 결산 검사를 거쳐 5월 말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