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최근 사명을 하이브(HIBE)로 변경하고 새출발을 알린 빅히트(352820)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글로벌 탑 아티스트를 보유한 미국 대형 레이블사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를 인수하며 엔터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하이브에 대한 장밋빛 리포트를 쏟아내며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향후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모양세다. 이에 화답하듯 6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날 대비 6.05% 오른 26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하이브는 미국 자회사인 빅히트아메리카(Big Hit America)를 통해 이타카 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빅히트 아메리카는 1조728억원을 출자하고, 빅히트는 3자배정 1,818억원 및 주주배정 4,400억원 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은 보유자산으로 충당한다. 지난해말 기준 하이브는 약 3,802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7,058억원의 금융기관 예적금 등 1조원 이상의 유동성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자금 조달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거래 구조는 하이브->빅히트아메리카->이타카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인수방식은 빅히트아메라카가 100% 자회사로 설립한 SPC인 BH Odyssey Merger Sub가 이타카 홀딩스를 역합병해 자회사가 되고, 빅히트아메리카는 합병대가로 이타카 홀딩스의 기존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1조 582억원)하고 차입금을 대신 상환(1,276억원)하게 된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가 속한 ‘SB projec’t 레이블의 모회사로 음악 매니지먼트, 레코드 레이블, 퍼블리싱, 영화, TV쇼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미국의 종합 미디어사다. 이 회사의 대표인 스캇 브라운(필명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SB project’는 싸이, CL의 미국 진출을 도운 바 있어 케이팝과도 인연이 깊다.
◇BTS·비버·그란데 막강 라인업 구축…글로벌 1위 엔터사 도약 = 증권가는 하이브의 ‘메가딜’ 성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으로 하이브의 해외 시장 공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2020년 기준 매출비중 84%)를 낮춰 단일 그룹 리스크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레코드 뮤직 매출 Top10 아티스트에 BTS(1위), 아리아나 그란데(8위), 저스틴 비버(10위)가 포함됐다. 하이브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엔터사로 단숨에 도약이 가능한 이유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글로벌 MAU 3,500만명의 글로벌 팝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글로벌 탑 10 레코드 뮤직 아티스트 세 팀을 보유하게 됐다”며 “전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북미/유럽 공연을 통해 연간 400만명 이상을 모객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스틴 비버는 6,20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해 전세계 1위(아티스트 기준)에 올라 있으며, BTS는 3위(5,300만명), 아리아나 그란데는 4위(4,800만명)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저스틴 비버는 최근 신곡 Peaches를 발표하고 빌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발매 첫 주에 핫 100 차트와 200 앨범 차트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하는 저력을 증명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영향력 1위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입점하게 된다면, 위버스는 글로벌 Top-tier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엔터업계 메타버스 시장…글로벌 선점 나서 =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초월·가상)’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세계·우주)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지난달 미 증시에 상장한 로블록스가 주도한 메타버스(Metaverse)는 전세계 10대들의 가상 공간 놀이터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과 온라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엔터업계는 소속 아티스트와 메타버스를 연계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이브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아티스트에 활용하며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BTS의 ‘Dynamite’ 안무 버전이 포함된 뮤직비디오를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내 3D 소셜 공간인 '파티 로얄'에서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며 “중장기적으로 하이브의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관련 기술이 활용된 실감형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할 가능성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AR(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7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했으며, 지난 2월에는 AI를 기반으로 가창, 음성 합성 기술과 실시간 음성 향상 기술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업체 ‘수퍼톤’에 4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가 2018년 9월 론칭한 서비스 ‘제페토’는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 플랫폼으로 전 세계 이용자 2억명을 돌파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연예 기획사들은 수수료 매출 수혜를 입는다”며 “3D아바타를 활용하여 콘텐츠가 제작되기에 아티스트의 메타버스향 콘텐츠는 연예기획사에 고마진 매출원이 될 수 있어 관련 매출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보호예수 물량 ‘해제’ 앞두고 호재 발표= 지난해 10월 15일 코스피에 상장한 빅히트는 오는 15일 기관 투자자의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될 예정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개월 확약에 따라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기관 물량은 106만주(지분율 2.98%) 정도로 파악된다. 하이브의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현 주가(5일 종가, 24만8,000원)보다 크게 낮아 기관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이브는 상장 첫날 시초가 27만원, 장중 고가는 35만1,000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꾸준히 출회되면서 오버행 이슈(대량매물 부담) 로 몸살을 앓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타카 홀딩스 인수가 투자 매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해 오버행 이슈를 경감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초대형 레이블 인수는 하이브의 위상 및 잠재력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오버행 이슈도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배요한 b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