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높다는 범죄 심리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범행 수법과 지인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잔혹성과 자기중심적 사고 등 사이코패스의 공통된 특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한 진단은 경찰의 심층 분석을 거쳐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6일 다수의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김 씨의 범행 내용에서 사이코패스에서 확인되는 여러 요소가 발견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신이 3구나 있는 집에서 며칠씩 머물렀다는 것은 죄책감이나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살인범은 어떻게든 현장을 떠나려고 하는데 김 씨는 범행 현장에 머물며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생활하는 등 일반적 행동 패턴과는 상당히 달랐다”며 “냉혈한적 특성이 있는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관계 망상에 의한 편집증이 범행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편집증은 자기중심적으로 타인의 반응을 해석하는 증상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편집증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적의가 있다고 믿고 혼자 복수심을 키워 간다”며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것을 보면 편집증 성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태현의 동창들에 따르면 그는 학창 시절 장난을 치다가도 뜬금없이 격분하곤 했다고 한다.
김 씨의 범죄 전과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범죄 전력’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19년 11월 성폭력특별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지난해 6월 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 조성’ 등 두 차례의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심층 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진단은 20개 지표로 구성된 ‘PCL-R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프로파일러 면담뿐만 아니라 전과 및 정신 질환 여부 등 여러 기록을 검토하고 전문의의 소견도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40점 만점인 PCL-R 검사에서 25점 이상을 받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경찰은 이날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김 씨를 조사하며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병행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