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호황을 맞은 반도체 기업들이 늘어난 전력 사용량 탓에 탄소 배출량이 급증해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005930)는 물론이고 대만 TSMC 같은 해외 기업들도 겪는 문제인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실가스 1,360만 이산화탄소 환산톤(tCO₂e)을 배출했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5년(672만 톤)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생산량이 늘어나자 공장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 결과다. SK하이닉스(000660)도 지난해 기준 탄소 배출량이 468만 톤으로 2015년(279만 톤) 대비 급증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와 현대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자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유독 반도체 기업들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슈퍼사이클을 맞은 해외 반도체 공룡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TSMC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TSMC의 2019년 직접·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834만 톤으로 2015년(587만 톤) 대비 급증했다. 김형준 차세대반도체연구단장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돌리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반도체 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슈퍼사이클 흐름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이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평택에 낸드 생산 라인을 새로 가동해 반도체 수요 급증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올해 하반기 용인에 반도체 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진출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공장 증가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반도체를 국가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들에 전력 사용과 관련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전기 시스템은 한국전력 독점 체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들어 전력을 공급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해도 방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