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출범을 위해 파견을 갔던 한 계열사 임원급 직원은 롯데온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롯데를 떠났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그룹의 역량을 총집합했지만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계열사 간 성과 주의에 지쳤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의사 결정권자들의 이해가 얽히면서 물품 통합조차 쉽지 않았다”며 “어떤 물건을 팔 건지 보다 팔린 물건의 실적을 어느 사업부로 잡을 것인지 다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안에서부터 삐걱댄 롯데온은 출범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로 뭇매를 맞더니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합이 무색한 상품 구성과 서비스로 결국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온라인 쇼핑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한 지난해 롯데쇼핑 거래액은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며 경쟁사와 비교해 오히려 뒷걸음쳤다.
업계에서는 롯데온 부진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e커머스 감각이 없는 기존 롯데 인력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경쟁사를 뒤쫓기는커녕 오히려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위주의 조직 문화는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백화점과 마트의 사업부장은 부사장급인 반면 롯데온 사업부장은 전무급이다. 롯데온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으로 e커머스 분야에 주도권을 갖거나 다른 부문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런 구조는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가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SSG닷컴 대표에 앉히며 온라인을 본 사업의 무대로 끌어온 것과 더욱 대비된다. 결국 조직 문화의 변화가 없다면 최근 영입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외부 인사도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인수하더라도 롯데의 DNA가 수혈되면 이베이코리아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듣기 민망한 소리도 나온다.
유통 산업은 분초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롯데가 과거의 영광에 도취돼 있는 사이 경쟁사들은 두 걸음씩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최근 주주들에게 “지금까지의 롯데온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겉만 리모델링하는 수준이 아니라 뼈대까지 갈아 끼우는 파격적인 쇄신이길 바란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