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중심으로 제기된 ‘기획사정’ 의혹에 대해 ‘대통령 흠집 내기’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가 ‘이 비서관이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데 반해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사건 조사를 둘러싼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양측 사이 갈등이 재차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취재진에게 “사실 확인 결과 당시 법무부·행안부 보고는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활동 사안을 개략적으로 기술한 것”이라며 “윤중천씨 면담과 관련한 보고 내용은 일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 과정에 이광철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간 수사 상황에 대해선 (청와대가) 언급해 오지 않았으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검찰발 기사로 여과 없이 보도돼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에 나서자 ‘사실 무근’이란 취지로 선을 긋고 나선 셈이다.
문제는 검찰이 4·7 보궐선거 이후 소환 조사 등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최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2019년 3월 18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사실조회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료에 김 전 차관 사건 등과 관련해 왜곡된 진술 보고서가 반영됐는지 확인한다는 취지에서다. 검찰은 당시 문 대통령이 김학의·버닝썬·고(故) 장자연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배경에 각 부처의 허위 보고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에서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이 비서관 사이 통화내역을 확보하는 등 두 사람이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수 차례 연락해 보고서를 수정한 게 아닌지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 검사와 이 비서관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바 있다. 2019년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 비서관이 법무부 측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검사로 이 검사를 소개했다는 진술도 최근 나왔다. 이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 대통령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이 비서관 등을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곽 의원 측은 정권에 악재였던 버닝썬 사건을 덮고 김 전 차관 사건을 부각하기 위해 청와대가 기획 사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4·7 보궐선거가 끝나면 김 전 차관 사건을 둘러싼 각종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며 “각종 의혹에 연루됐다고 알려진 이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려할 경우 청와대와 검찰 사이 긴장감은 최고조를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수록 갈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라 볼 만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대검이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중앙지검이 기관으로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이 부분에 관해 물어보려고 한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으로 검찰 수사팀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대한 감찰이 사실화되면서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현덕·윤경환기자 always@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