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세훈發 주택규제 완화…최고 50층 '한강르네상스' 재시동 거나

[선택 4·7 재보선]

압구정·여의도·목동·상계 등 재건축 탄력 받을 듯

민간 재개발 용적률 상향·'35층 룰'도 풀릴 가능성

소상공인·청년층 등 지원 강화…재원 마련은 숙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1월 시장 재임 시절 서울 중구 서소문동 시청 별관 브리핑룸에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 한강 주변의 여의도·이촌·합정 전략정비구역이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 공원 등을 갖춘 세계적 수변 도시로 육성된다고 밝혔다./연합뉴스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1월 시장 재임 시절 서울 중구 서소문동 시청 별관 브리핑룸에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 한강 주변의 여의도·이촌·합정 전략정비구역이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 공원 등을 갖춘 세계적 수변 도시로 육성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10년 만에 서울시 사령탑으로 복귀하면서 서울 시정에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편적 복지를 앞세워 인권과 연대를 강조했던 박원순 전 시장과 달리 오 당선인은 혁신과 변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시정 전반에 걸쳐 속도감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부동산 정책이다. 오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전부 억제해버리는 너무나 쉬운 길을 택했다”며 “제가 시장 시절에 지정했던 700여 개 재개발지구 중 400여 개를 박 시장이 해제하면서 결국 주택 시장에 대참사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오 당선인의 이 같은 지적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해온 주택 정책의 기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녹아 있다. 핵심은 민간 재개발 확대와 재건축 규제 완화다. 그는 유세 기간 내내 정비 사업에 대한 획일적 규제를 폐단으로 지적했다. 용적률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오 당선인은 시장 취임 이후 일주일 내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의 주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 진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압구정과 여의도 역시 취임과 동시에 재건축의 시동을 걸 수 있는 단지로 꼽았다. 오 당선인이 내건 ‘5년간 36만 가구’ 공약에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를 통한 18만 5,000가구 공급이 포함돼 있다.



민간 정비 사업의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 현재 정부와 서울시가 진행하는 공공재개발 사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공공재개발은 용적률을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높여주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정비 사업에 참여하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한다. 민간재개발의 용적률 상한을 높이고 노후도·동의율 등 진입 규제를 완화하면 공공재개발의 매력이 오히려 반감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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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5층 룰’도 풀릴 가능성이 높다. 35층 룰은 서울 시내 어디서든 주거용 건물을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로 ‘2030 서울플랜’으로 불리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의 핵심 기조다. 서울시가 올해 말까지 ‘2040 서울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오 후보 취임으로 층수 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득이 없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전면 감면과 재산세 감면 특례 기준 완화 등 정부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추후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를 설득하는 것도 정책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다. 용적률이나 정비 사업 동의율 개편, 노후도 규제 완화 등은 시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도시·교통 분야에서는 한강 르네상스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여의도·압구정·성수·합정·이촌 등 10개 지역을 한강변 전략·유도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최고 50층에 달하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 당선인은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강 르네상스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백지화됐다.

소상공인과 청년층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한다. 매년 청년 5만 명(중위 소득 120% 이하)에게 10개월간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하고 청년이 저축하면 세금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서울 영테크’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취업사관학교’도 선보일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에게 1년간 무이자·무담보·무서류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사업도 추진한다. 1인 가구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주택·복지·보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시장 직속으로 설치하고 가구 수입이 중위 소득에 미달하면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안심소득제’도 시범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오 당선인의 공약이 선거용에 치중돼 일부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여 뒤인 내년 6월에 다시 서울시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촉박하다는 것도 부담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오 당선인은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자진 사퇴하면서 당시 진행되지 못한 채 폐기됐던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에 임기 1년짜리 시장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제외하면 서울 시정에 큰 변화가 생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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