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여의도·용산 '개발 장벽' 낮춰…도시재생 지우고 '물량·속도전'

[대전환 예고된 '오세훈표 서울 주택정책']

'스피드 주택 공급' 공약 맞춰

18.5만가구 재개발 본격 시동

상계·목동 등 주요재건축 단지

일주일 내 안전진단 착수 예고

정부·시 의회와 절충은 과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간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 공급’을 내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자 서울 목동·압구정·강남·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만 강조해온 그간 방침과 달리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서울 주택정책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온 오 시장이 아파트 층고 제한인 ‘35층 룰’부터 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약속한 대로 취임 일주일 내에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주요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전보다 재건축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공공개발은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나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의 마찰이 있기는 하겠지만 정부도 공급을 늘리려 하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며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재건축 규제 완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바뀌는 서울시 주택정책=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공급 실패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며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 공급’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서울시의 도시계획 규제를 혁파하겠다면서 △한강변 아파트 35층 층수 규제 폐지 △제2종주거지역 7층 제한 폐지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서울에 36만 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18만 5,000가구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구상은 서울시가 올해 확정할 새로운 중장기 도시기본계획 ‘2040 서울플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의 큰 줄기는 중앙정부가 법과 시행령을 통해 만들지만 이를 시행하는 정책의 세부 사항은 지자체가 조례·지침 등으로 정한다. 아파트 층수 규제나 역세권개발사업의 사업 범위 설정 등은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시장은 주요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갖기 때문에 사업의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다음 단계로의 진행을 빠르게만 해줘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도지역·지구 변경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이는 용적률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용적률 완화 등 시 조례로 규정하는 도시계획 사항 개정은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01석으로 정원(109석)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소유자협의회 관계자는 “오 시장의 당선으로 정비계획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2구역과 3구역도 지구단위계획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압구정 현대7차 전용면적 245.2㎡(80평형·11층)가 80억 원에 거래되며 올해 최고가 아파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노원구 상계동, 영등포구 여의도 등도 규제 완화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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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라지고, 공공 동력 상실=일단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 정책인 ‘도시재생’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박원순식 벽화 그리기’ 도시재생사업부터 손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대책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공공 주도 정비사업이 한창 추진되기 시작한 마당에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대선도 예정돼 있어 재건축 조합들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등에 대해 관망세로 돌아설 개연성도 있다. 실제 공공 재개발·재건축으로 선정된 일부 조합에서는 “서울시의 규제 완화 내용을 살펴보고 공공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공공개발의 근거를 담은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이튿날인 8일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4·7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를 비롯한 정상적인 일정 소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2·4 대책 관련 법률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역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과 정부 모두 대립을 지양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배제보다는 절충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해도 공공 기관으로부터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하고, 재건축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시장의 권한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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