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KKR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팔려 가는 와중에 국민들이 유독 가슴 아파한 곳이 있었다. 바로 ‘국민 주류’로 사랑받던 오비맥주였다. 하지만 오비의 인수합병(M&A)은 해외의 한 펀드에 대박을 안겨줬다. 2001년 오비를 사들인 벨기에 인터브루(추후 합병을 통해 AB인베브로 개명)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에 재매각한다. 18억 달러에 오비를 매입한 KKR은 구조 조정을 거쳐 2014년 58억 달러에 AB인베브에 다시 팔아 큰돈을 벌어들였다.







KKR은 1976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서 같이 일하던 제롬 콜버그와 헨리 크래비스·조지 로버츠 3명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회사 이름도 그들의 이니셜을 따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지었다.1984년 1억 달러대의 대규모 펀드를 처음 조성한 KKR은 차입으로 자금을 만드는 LBO(Leveraged Buyout) 기법으로 대기업 사냥에 본격 나선다. 이어 1989년 당시 월가 사상 최대인 250억 달러에 세계적 식품·담배 업체 RJR나비스코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KKR은 2007년 40억 달러의 아시아 전용 펀드를 조성해 일본·한국 등의 알짜 기업들을 찾아 나선다. 이 밖에도 세계 각지의 M&A를 통해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운용 자산이 2,070억 달러에 달해 블랙스톤·칼라힐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해 3·4월에는 전 세계에 127억 달러를 투자해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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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이 6일 아시아 지역의 기업 인수를 위해 150억 달러의 대규모 펀드를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나온 가성비 좋은 회사들을 사들이기 위함인데 한국 기업들도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패권 전쟁의 와중에 변변한 자산운용사조차 키워내지 못해 M&A 물건을 구경만 하는 우리 금융 산업의 수준이 안타깝다. 그나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도 모자라 ‘3% 룰’ 등 지배구조를 흔들 장치만 만드니 이러다가 주력 기업들이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될까 두렵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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