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가계빚 부담에 금리인상 시점 놓칠 수도

美 경기회복에 통화정책 바꿀 경우

美 긴축 전환 前 올려야 하는데

막대한 부채에 제때 결정 못하고

인플레 등 부작용만 떠안을 수도


미국이 고용 등 경기회복에 탄력을 받으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한국은행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각종 경제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2021.3)’에 게재된 ‘미국 통화정책이 국내 채권 및 외환스왑시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국내 정책 목표(완화)와 글로벌 금융 상황(긴축)이 상반될 경우 국내 여건만을 고려한 통화정책으로는 장기금리를 원하는 목표 수준으로 유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의 긴축 전환에 앞서 선제적 금리 인상 등을 하지 못할 경우 인플레이션 등 각종 부작용만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장기 국고채 금리에 대한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은 통화정책의 장·단기 금리 간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한은 내부 자료인 해당 논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1월 공개됐지만 결론에 이 같은 내용을 추가해 최신 경제연구원 학술지에 실렸다. 논문을 작성한 권용오 한은 경남본부 팀장은 “저널에 게시하기 전에 의견을 추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며 “작은 나라의 통화정책이 점점 더 큰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해당되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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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에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 금리 상승이 금리·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생산·투자 등 실물경제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신흥국 가운데 일부 취약국들은 발 빠르게 금리를 올렸다. 지난 3월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에서 2.75%로 0.75%포인트 올렸고 터키도 기준금리를 17.0%에서 19.0%로 2.0%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부터 연준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이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0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가 금리 인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과도한 부채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부채 함정(debt trap)’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고용과 소비 침체가 심각한데다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강화된 거리 두기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만큼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금리를 올릴수도 내릴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자산 매입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조금씩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 때문에 지금 금통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하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가계 부채 뇌관을 건드리게 돼 경제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충격을 완화해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다한 재정지출에도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는데 저금리에 부동산 문제만 발생했다”며 “올해 여름이나 가을쯤 내수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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