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 24시] 인도·태평양 전략 이해하기

■김재천 서강대 국제정치학 교수

英·獨·佛 등 유럽서 아시아지역까지

美 외 다양한 국가 전략적 이해 얽혀

韓, 美·中 사이 선택 이상 의미 공존

인도태평양 '안보·협력' 접점 찾아야

김재천 서강대 교수김재천 서강대 교수




“대중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물려준 긍정적인 유산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청문회 발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인도태평양’으로 불리는 트럼프의 아시아 전략 역시 계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돼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보면 지구적 차원의 지정학적 사고 변화와 이에 따른 지역 개념의 변화와 다양한 국가의 전략적 이해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전략 개념 이전에 새로 부상한 지정학적 ‘지역 개념’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성 유지가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인도양은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시아를 연결하는 세계 3대 해협(바브엘만데브·호르무즈·말라카)을 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적 질서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지만 중국의 부상과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점차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중국은 수입 원유의 80% 정도를 인도양을 통해 수급받고 있다. 미국이 기득권을 이용해 중국의 원유 수송로를 차단하면 중국 경제는 순식간에 마비된다. 중국이 역내에 해군기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대응하며 군사적 영향력 확보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하지만 중국이 영향력을 배타적으로 사용한다면 기존 질서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성도 훼손될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로 태동한 지역 개념이 ‘인도태평양’이다. 해양을 매개로 하는 인도태평양이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기존의 지역 개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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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으로 발전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인도태평양에는 미국 외에 다양한 국가의 전략적 이해가 반영돼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중심에 위치한 호주는 초기에 인도태평양 개념을 전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구체적인 전략 개념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6년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일본의 신 외교 전략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 Pacific·FOIP) 전략’이라고 공표했다. 그후 트럼프를 상대로 인도태평양전략 세일즈에 나섰고 그럴듯한 아시아 전략이 없었던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아시아 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만들어 역내 지정학적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태평양을 미국이 독점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참여국의 속내도 조금씩 다 다르다.

셋째,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트럼프 이전부터 이미 인도태평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7년 ‘21세기 해양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미 해군의 주 활동 무대는 태평양과 대서양이 아닌 서태평양과 인도양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2010년 이 용어를 사용하며 인도·호주·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신(新)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때보다는 세련된 모습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인도태평양이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지역 개념이고 미국만의 전략 개념이 아니라면 한국의 인도태평양 참여는 미국과 중국 사이 선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틀 안에서 다양한 국가와의 연합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석유 수입로가 위치한 인도태평양의 ‘해양 안보’와 ‘해양 협력’은 한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신북방정책에 몰두하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신남방정책의 플랫폼을 강화하며 어느 정도는 인도태평양으로 전략적 관심을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동맹국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정파를 초월해 지속·강화될 것이니 자연스럽게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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