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법인세 덜 올리는 바이든…유류·마일리지세 카드 만지작

■ 의회와 인프라 투자 재원 본격 협상

민주당서도 "법인세율 28% 과도"

인상폭 낮추면 당장 재원 마련 차질

친환경 맞춰 교통·에너지 증세 검토

형평성 고려해 소득세 인상 전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대로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 폭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인상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류세 인상, 마일리지세 도입 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민주당 및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인프라 투자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조 2,5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 21%인 법인세를 28%로 올리고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세율을 10.5%에서 21%로 인상하는 것을 뼈대로 한 증세안을 공개했다. 이대로 증세가 이뤄지면 향후 15년간 2조 5,000억 달러의 세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인프라 법안의 상원 통과에 키를 쥔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법인세 인상 폭으로 25%를 제시하고 있다.

의회와 협상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 인상 폭을 낮출 경우 재원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월가와 워싱턴DC 안팎에서는 백악관이 다른 대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2022 회계연도(2021. 10~2022. 9) 예산만 해도 복지와 교육·환경 지출이 늘면서 올해보다 8.4%나 증가한 1조 5,224억 달러로 책정돼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거론되는 것은 교통·에너지 관련 세금이다. CNBC는 “가능한 방안으로 유류세 인상이 있다”며 “지난 1993년 인상한 뒤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방정부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디젤에 각각 갤런당 18.4센트와 24.4센트를 징수한다. 2016 회계연도에 유류세로만 364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이번 투자 계획 중 교량 등에 투입되는 규모만 6,210억 달러이기 때문에 유류세에서 추가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명분이 있다. 2019년에는 오하이오와 앨라배마·아칸소주가 도로 보수를 위해 주에서 부과하는 유류세를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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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은 친환경 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구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와도 들어맞는다. 지난달 샘 그레이브스 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휘발유와 디젤에 붙는 세금을 인프라 재건의 주요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점이 충분히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연방정부의 유류세 인상이 추진되면 텍사스를 비롯해 주요 지역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거세게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마일리지세를 도입할 가능성도 높다. 유류세를 포함하는 개념의 마일리지세는 주행거리에 비례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차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유리하지만 운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사실상 증세 효과를 낸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 지난달 인프라 투자를 위한 증세 방안에 마일리지세가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가 3일 만에 번복했지만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논의가 오가고 있다.

다만 실제 주행거리를 어떻게 산정할지와 출퇴근이나 생업을 위한 차량 이용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같은 실무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 때는 “연간 40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게 어떤 증세도 없을 것”이라고 했을 뿐 소득세 인상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외에 백악관이 주와 지방정부 채권의 이자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CNBC는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백악관이 새로운 세원으로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백악관이 여러 옵션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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