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전격 합의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배터리주들이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SK이노베이션은 23만 8,000원에 마감해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지난 2월 2일(31만 7,500원) 대비 25.04% 하락했다. 9일 LG화학(051910)도 81만 2,000원에 거래를 끝내면서 지난 2월 5일 역대 최고가(102만 8,000원) 대비 21.01% 조정 받은 상태다. 삼성SDI(006400)도 고전을 이어가면서 올해 고점 대비 증발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시가총액만 32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LG와 SK 측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의 종지부를 찍으면서 이들 주가가 바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최악의 선택지를 피한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총 2조 원(현금 1조 원, 로열티 1조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모든 소송 종식에 합의했다. 2조 원은 양사가 주장한 합의 금액의 중간값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SK이노베이션은 물론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LG화학의 주가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조 원은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LG화학도 소송 불확실성을 탈피하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2조~3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번 합의는 SK이노베이션 협력사에도 긍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2차 전지 양극재 소재 업체 엘앤에프는 SK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 모델에 공급하는 양극재 공급 계약을 논의 중으로 북미 시장 영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협상의 변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후 두 배터리 업체는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자립 선언과 소송 리스크가 혼재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은 연초 이후 정유주에서 배터리주로 이미지 탈바꿈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거침없이 내달렸지만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측 손을 들어주면서 수 조원대 합의금에 대한 부담이 주가를 억눌렀고 이후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비중 확대 등 악재가 연이었다. LG화학도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슈가 부각되면서 조정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 양사의 극적인 합의가 그동안 주가를 짓눌러온 대형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점에서 반전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는 평가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