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대란’ 화상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는 사실상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압박을 받은 상황이다. 당장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할지 주목된다.
1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집한 반도체 회의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노골적으로 기업에 투자를 요구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때 미국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반대급부는 세제 혜택이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199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설립한 후 현재까지 받거나 받을 예정인 세금 감면 및 보조금은 3억 8,000만 달러(약 4,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최소한 지금까지 제공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올 초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산업지원법(CHIPS for America Act)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생산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최대 4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는 올 1월 텍사스주 정부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25년간 총 8억 547만 달러(약 9,000억 원) 수준의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텍사스주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절충안 성격의 방안을 제공할 수는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텍사스주 회계감사관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증설과 관련해 15년간 총 2억 8,500만 달러(약 3,200억 원)의 감세가 타당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위원은 “미국에서는 세제 지원 이외에도 토지나 인프라를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반도체 생산량의 일정 수준이 미국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관세를 매기는 방법으로 기업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