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거래 첫날 31% 상승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 시장에 진입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은 투기적”이라며 비관적인 견해를 거듭 나타냈다.
14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에 직상장한 코인베이스는 주당 328.28달러(약 3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설정된 준거 가격 250달러 대비 31.3%나 급등한 것이다.
이날 코인베이스는 381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한때 429.54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1,120억 달러를 찍었다. 지난 2018년 8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2012년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을 포함해 50개가량의 암호화폐를 거래한다. 전 세계 100개국에서 5,6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두고 있다.
월가에서는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넷스케이프와 비교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코인베이스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넷스케이프 상장 때와 같다”고 평가했다.
넷스케이프는 과거에 점유율 90%를 기록했던 웹 브라우저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익스플로러와의 대결에서 패하면서 몰락했지만 인터넷 초창기만 해도 넷스케이프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1995년 8월 9일 상장 당시에는 공모가 14달러로 시작해 장중 7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D 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일단 시가총액 1,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일을 계속하면 사람들은 (암호화폐가) 진짜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인베이스는 순이익의 96%가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00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사면 3.49달러를 받는 식이다. 반면 경쟁 업체인 크라켄과 비트스탬프의 수수료는 각각 1.50달러, 50센트에 불과하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등락에 취약하다. 지난해는 매출 12억 8,000만 달러에 3억 2,230만 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비트코인 하락기였던 2019년에는 약 3,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날 비트코인은 오전 한때 개당 6만 4,82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가 6만 2,9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돈을 거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15일 선을 보인다. 이 ETF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간다.
규제 리스크도 크다. 당장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준비 중이고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이 매우 투기적이라며 돈세탁 같은 불법적인 일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파월 연준 의장도 “암호화폐는 정말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실제로 지불 수단으로는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한 바로 그날 투자자들에게 재차 경고한 것이다.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컨스트럭트 CEO는 “코인베이스는 좋은 회사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 수준에서 좋은 주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