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우주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화성 하늘을 30초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지구 외 행성에서 동력체를 날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과 견줄 만한 성과다.
NASA는 19일(현지 시간) 오전 3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인저뉴어티가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저뉴어티가 비행 정보를 정리하고 지구로 보내는 데 시간이 걸려 비행 성공 여부는 3시간여 뒤에 발표됐다.
이번 시험 비행은 이륙 후 초속 1m의 속력으로 약 3m 높이까지 상승해 30초간 정지 비행을 하고 착륙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화성의 낮은 대기 밀도를 고려할 때 헬기의 비행 한계선을 7배나 넘는 10만 피트(약 3만m) 상공을 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비행 직후 인저뉴어티는 소모된 동력을 태양 에너지로 재충전하기 위해 수면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인저뉴어티는 높이 약 49㎝로 질량이 지구에서는 1.8㎏이지만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인 화성에서는 0.68㎏에 불과한 작은 비행체다. 특히 화성은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해 공기 힘으로 양력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NAS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가 보통 헬기의 8배 정도 빠른 분당 2,400회 안팎으로 회전하도록 인저뉴어티를 설계했다. 당초 지난 11일 예정됐던 인저뉴어티 시범 비행이 이날로 미뤄진 것도 날개 고속 회전 장치 시험 중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를 만드는 데 8,5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들였다. 인저뉴어티를 품고 화성에 간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를 개발하는 데는 27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비싼 ‘몸값’의 인저뉴어티에 실린 것은 과학·연구 기구가 아니라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이다. 애초에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 ‘화성에서 동력 비행이 가능한가’ 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과학계가 인저뉴어티 시범 비행에 주목하는 것은 지상의 물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인공위성으로는 화성의 넓은 지표면을 관찰할 수 있으나 개별 물체를 세세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지상을 돌아다니는 로버는 자세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행이 가능한 인저뉴어티를 활용하면 마치 정찰기처럼 구체적인 관찰을 통한 화성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의 실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NASA는 앞으로 인저뉴어티를 활용해 네 차례 추가 시험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시험 비행 이외에 별도의 과학 탐사는 진행하지 않지만 시험 비행 자료가 바퀴와 궤도에만 의존해온 인류의 우주탐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