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중국에서 ‘반농단(反壟斷·반독점)법’이 만들어지자 두 갈래의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미국의 석유 재벌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가 시장을 농단한 혐의로 1911년 5월 분할됐듯이 중국에서도 독점 행위가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와 중국 같은 후진국에서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과연 중국은 그럴 리가 없었다. 반농단법이 나온 지 14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의 석유 산업에서는 중국석유화학공업그룹(시노펙)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페트로차이나)의 시장 독점이 굳건하다. 심지어 2019년에는 중국 1위 중국선박공업그룹이 2위 중국선박중공그룹을 인수해 세계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그룹으로 출범했는데도 독점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승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면 2015년에는 미국의 퀄컴에 독점 혐의로 역대 최대 벌금인 1조 원을 부과했다. 반농단법은 겉으로만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행정권을 이용한 시장 경쟁 제한 행위 규제 등을 핵심 역할로 명시했을 뿐 철저하게 자국 기업 봐주기와 외국 기업 옥죄기로 악용돼온 셈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근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반농단법을 어겨 3조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거래 업체들에 알리바바 외의 플랫폼에서 장사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 등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진짜 화근은 마윈(馬雲) 창업자의 쓴소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 강연에서 “중국 금융의 전당포 정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중국)는 규제에는 강하지만 감독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분노한 중국 공산당 정권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을 중단시켰고 이번에는 천문학적 벌금까지 물렸다.
반농단법을 자국 거대 기업에 재갈을 물리는 데까지 악용한 중국의 후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선진국의 반독점법은 시장경제의 심판 역할을 하지만 중국의 반농단법은 제멋대로 시장에 개입해 악당처럼 행세한다. 우리 기업들도 툭하면 외자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후진성을 계속 보여주는 중국에 투자할 때는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