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코인 벼락거지' 면하려다 진짜 '거지' 될라…투자시 3가지 유의점

①은행 제휴 안한 거래소서도 하루 최소 3조씩 거래..."폐업 시 투자금 날려"

②정보지·리딩방 무작정 따라했다 피해 봤다고 해도 처벌·구제 난망

③日은 화이트리스트 심사하는데...허위공시도 처벌 규정 없어 맹신 금물





# 30대 직장인 김서경(가명) 씨는 최근 커피숍을 찾았다가 ‘코인 광풍’을 실감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옆자리 사람들이 “호재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돌면서 ○○코인이 많이 올랐다”며 암호화폐 관련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만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고 마음만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그야말로 코인 광풍이 불고 있다. 최근 하루 암호화폐 거래액은 주식을 넘어섰다. 하지만 주식과 달리 정부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이나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투자자들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무턱대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는 말 그대로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했다.

①“아무 거래소에서 거래 마세요”=일단 거래소 선택이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과 실명 인증 계좌 제휴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재 유예기간 중으로 오는 9월 24일 이후에도 거래소가 원화 거래를 중개하려면 은행과 손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은행과 제휴를 한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이다.



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4대 거래소 외의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등에 투자를 했다가 거래소가 돌연 폐업할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거나 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당연히 투자금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오후 2시 50분 현재 지난 24시간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14개 거래소의 거래액은 264억 7,748만 달러(약 29조 4,404억 원)이며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거래액은 전체의 10.87%에 달했다. 액수로는 28억 7,731만 달러(약 3조 1,993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거래소만 따진 것으로 그 외를 감안하면 거래액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과 제휴를 맺지 않고 있는 거래소는 살아남기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문도 두드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은행과 거래소가 제휴할 때 봐야 할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거래소의 내부 통제 기준, 해킹 위험에 대한 대비 등을 점검하는데 은행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거래소가 많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 자체는 유망한 자산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거래소가 해킹을 막을 역량이 되는지 회의적”이라며 “자금 세탁과 연루되면 은행이 국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19일 관계 부처 합동 회의에서 금융사가 가상 자산 거래 후 출금 시 면밀히 1차 모니터링을 하라고 해 은행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②사설 정보지·리딩방 주의보=리딩방 투자 동향을 따라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지를 보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이 발생하면 금융 감독 당국이 감시를 하고 이상 거래로 판명이 나면 관련자가 처벌까지 받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근거 법이 없고 감독 주체도 불투명하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리딩방, 정보지 유포로 인한 시세조작은 암호화폐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넓게 봤을 때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 봐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피해 보상에 지난한 시간과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③암호화폐 공시도 맹신은 금물=공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도구다.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소가 게시판에 공시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허위 공시를 할 경우 주식은 자본시장법을 적용받아 형사처벌을 받고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발행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좁다. 반면 일본의 경우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일본은 23개의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암호화폐 상장의 경우 우리의 금융 당국에 해당하는 금융청의 화이트리스크 코인 심사를 거쳐야 한다.

조 변호사는 “정부가 암호화폐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형사·자금세탁·외국환거래법 외에는 적용할 법이 없다”며 “업권법을 제정한 프랑스·홍콩, 자금결제법에 근거를 마련해둔 일본, 어느 정도 규율을 한 미국 뉴욕주 등처럼 업권법 제정 등을 검토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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