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관 및 이동용 초저온 냉동고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한 위니아딤채가 국내 판매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초조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었지만 인허가에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딤채는 올 1월 계열사인 대유플러스와 함께 코로나19의 모든 백신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초저온 냉동고를 개발했다. 기술 특허 출원도, 새로운 제품에 쓸 상표 ‘메디박스’도 무사히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공공 구매의 통로인 조달청에서는 위니아딤채의 초저온 냉동고를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기간 정온 기술 노하우를 쌓아온 위니아딤채가 산간벽지까지 이동하기 수월한 냉동고를 선보였다는 것이 당시 세평이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출시일을 가늠하기 어렵다.
인허가 지연의 이유로 업계는 초저온 냉동고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영역의 신제품이라는 점을 우선 꼽고 있다. 백신용 초저온 냉동고는 현재 공산품으로서 일반 소비자에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 수급을 관할하는 곳은 정부기관인만큼, 사실상 조달시장을 뚫기 위해선 식약처의 인증이 필수적이다. 앞서 LG전자의 ‘LG 퓨리케어 전자식 마스크’의 경우도 공산품으로서 판매가 가능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의료기기 또는 의약외품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허가를 받지 못해 국내 시장서 판매를 유보한 상태다. 팬데믹이 이유가 돼 만들어진 이들 제품은 모두 기존 의료기기 제도상 품목에 딱 들어맞는 분류가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업체들이 마케팅이나 실질적인 판매를 위해 식약처 인증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백신용 초저온 냉동고는 우회로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사례와는 좀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위니아딤채나 오텍캐리어 등 이 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은 2등급 의료 기기인 혈액 냉장고로 식약처에 인허가를 신청하고 있다. 일종의 우회 전략인 셈이다. 위니아딤채도 이 방법으로 시장 진출을 꾀했지만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여서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조사인 대유플러스는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인증 등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단계를 밟고 있다. 식약처에 혈액 냉장고의 허가를 정식으로 신청하기 전 단계인 것이다. 업 허가와 제품 허가를 잇따라 받아야 하는 위니아딤채는 조달 시장을 뚫기까지 최소 4~5개월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개발 소식을 위니아보다 늦게 전한 오텍캐리어는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보유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제품을 출시한 후 2월 말부터 조달청 납품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한 달 여 만에 오텍캐리어는 30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식약처 관계자는 "정식으로 제품에 대한 신청이 식약처에 접수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