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밀어붙인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남는 전기에 골머리를 앓는 한국전력거래소는 공공 발전사에 신재생발전량 제한을 요청했다. 전력 수요도 문제지만 송배전 용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전력 수요와 망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되레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높이고 있다.
21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한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6일 ‘공공 기관 소속 태양광 자발적 출력 제어 우선 시행 추진’ 방안을 회람했다. 4월 중 주말 내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부발전·중부발전 등 산하 발전사를 대상으로 15.34㎿ 규모의 태양광발전 출력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11일 제주도 내 공공 발전소 태양광발전을 처음으로 중단했으며 오는 24·25일에도 일부 출력 제한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가 공공 발전사에 출력 제한을 요청한 것은 태양광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한 탓이다. 수요 이상의 발전량이 송배전망에 투입될 경우에는 자칫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발전 자체를 제한한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월 기준 제주도 내 상업용 태양광 공급 용량은 447.6㎿에 달하는데 평균 수요는 400㎿ 정도다. 상시적으로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재생에너지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은 제주도를 넘어 육지로까지 번지고 있다. 발전단지에서 만든 전력량이 송배전망에서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민간 발전 사업자와 전력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출력 제한을 조건으로 내거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단 1건에 불과했던 출력 제한 계약은 지난해 들어 8건으로 늘었으며 출력 제한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한 전력 규모도 같은 기간 2.81㎿에서 124.67㎿로 급증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