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오색인문학] 힘차게 뜬 화성 드론 '실패 서류'를 찢다

■별들과의 대화- '인제뉴어티' 자율 비행 성공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지구 대기의 1%에 불과한 화성

날개 회전 5배 빨라야 비행 가능

지구 신호 도달하는데만 20여분

자율 비행으로 난제 해결 성공

실패 대비 서류 만든 나사 담당자

드론 무사 작지 후 문서 찢어던져

화성 드론 인제뉴어티가 비행 중 찍은 자신의 그림자. /NASA화성 드론 인제뉴어티가 비행 중 찍은 자신의 그림자. /NASA




지난 19일 화성에 드론이 떴다. 올해 초 화성에 도착한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함께 실려 있던 화성 헬리콥터 인제뉴어티가 성공적으로 첫 비행을 마쳤다. 인류는 이제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서 드론을 띄우는 존재가 됐다.



사실 다른 행성에서 무언가를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5년에 금성 탐사선 베가는 지구보다 표면 대기압이 90배나 높은 금성에서 헬륨 풍선 두 개를 띄워 대기 환경을 관측한 바 있다. 금성 상공에 도착한 탐사선이 표면에 착륙하기 전 내보낸 풍선이었다. 이 풍선들은 지구 시간으로 이틀에 달하는 시간 동안 금성 적도 상공에서 표류했다.

인제뉴어티는 조금 다르다. 금성의 헬륨 풍선이 기류를 따라 일방적으로 떠다닌 것이라면 인제뉴어티는 화성의 표면에 멈춰 있다가 스스로 날아올랐고, 자신의 가는 길과 스스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자율비행한 뒤 안전하게 착지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서 태양 빛을 받아 재충전하며 지구에서 보내올 다음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지구와 화성의 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다. 화성에도 대기가 있지만 지구의 1% 정도이고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정도다. 대기가 무척 희박하기 때문에 드론이 날 수 있는 양력을 어떻게 얻는가가 중요한 이슈였다. 지구에서라면 헬리콥터를 20~30㎞ 상공까지 올려 보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도전적인 비행을 위해 인제뉴어티의 회전날개는 지구의 보통 헬기보다 다섯 배나 빠르게 돈다. 희박한 대기에서의 비행을 지구에서 실험하기 위해 거대한 진공 체임버가 동원됐다. 중력 문제는 비교적 쉬웠다. 진공 체임버에서 드론을 낚싯줄에 묶어 당겨 올림으로써 화성보다 세 배나 강한 지구의 중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낚싯줄을 모든 미소 중력 실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화성 드론의 경우에는 주효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자율비행’이다. 인제뉴어티는 한 번에 1분 정도밖에 날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보낸 신호가 화성에 도달하는 데는 20여 분이나 걸린다. 지구에서 누군가가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대신 인제뉴어티에는 상공에서 아래 지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카메라와 자신의 자세·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자이로센서·가속도계·고도계·경사계 등이 탑재돼 있다. 지구에서 비행 관련 지침을 미리 보내면 스스로 관측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율비행한다. 극도로 추운 화성의 밤을 버텨낼 열을 제공하는 배터리, 1.2m 길이의 회전날개 두 개를 싣고도 인제뉴어티의 전체 무게는 1.8㎏에 불과하다. 최신형 노트북 한 대 정도의 무게로 1%의 대기를 가진 화성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드론을 우리 인류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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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드론의 비행은 향후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보낼 또 다른 우주 드론 드래곤플라이를 위한 중요한 선례이기도 하다. 타이탄의 대기 환경은 화성에 비하면 지구와 대단히 흡사한 편이지만 지구에서 보내는 신호가 한 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하는 곳이므로 자율비행은 필수적이다.

인제뉴어티의 성공적인 비행을 자축하는 프로젝트 관리자 미미 아웅. /NASA인제뉴어티의 성공적인 비행을 자축하는 프로젝트 관리자 미미 아웅. /NASA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을 지켜본 사람은 몇 명뿐이었지만 화성 드론 인제뉴어티의 첫 비행을 지켜본 사람은 수없이 많다. 화성 현지에서 드론이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는 모습을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동영상으로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니터 속, 스마트폰 속 인제뉴어티의 비행을 보며 응원하고,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둔 서류를 찢어버리는 프로젝트 담당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짜릿해 할 수 있었다.

인류의 우주 탐사 범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더 멀리 보내기도 하고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기술로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그런 활동을 함께 ‘목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우주 경쟁 시대에 행해진 유인 달 탐사 임무 아폴로 프로그램은 우주에서의 상황을 생중계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물론 당시에는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었겠지만 그 장면이 특정 국가의 우월성을 뽐내는 데만 쓰인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 같은 경험을 얻는 것이 인류에게 큰 울림을 줬을 것이다. 그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휴식과 흥미를, 누군가에게는 깊은 감동과 감탄을,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의 지향점을 바꿀 수도 있는 폭풍의 순간을 제공한다. 퍼서비어런스와 인제뉴어티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인제뉴어티의 비행을 눈으로 볼 수 없고 숫자와 그래프로만 파악했다면 그 감흥은 지금과 현저히 달랐을 것이다. 내년 여름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할 한국형 달 궤도선에도 꽤 괜찮은 카메라가 달려 있다.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우리 궤도선이 지구 밖에서 달을, 우주를 멋지게 사진 찍어 보내기를 기다린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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