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법원의 관리하에 들어간 쌍용자동차가 임원의 대규모 감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에 나선다. 쌍용차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고조될 경우 ‘제2의 상하이차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회생 계획안의 일환으로 임원 30%를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차 임원은 지난달 말 기준 33명이다. 이 가운데 예병태 사장은 최근 투자 유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쌍용차는 조만간 임원의 퇴직금 예산을 확보하고 자금 집행을 위해 법원의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원 삭감은 인력 구조 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임원 감원을 실시해 인력 구조 조정의 명분을 확보한 후 노조를 상대로 임금 삭감 내지 인력 축소의 불가피성을 설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력 축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등 향후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정비 축소 등이 단행돼야 그나마 쌍용차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구조 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기 버스 업체 등 몇몇 기업들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애초 잠재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쌍용차 매수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관건은 쌍용차 노조의 수용 여부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직원 임금의 50%를 유예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이 추가적인 구조 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당시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고 노조가 ‘옥쇄 파업’으로 맞서면서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됐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쌍용차는 인력 구조 조정과 함께 오는 26일 평택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등 정상 조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쌍용차는 8~16일과 19~23일 협력 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 부품 업체들이 납품 거부를 지속하고 있어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최근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중단하는 ‘지그재그’ 행보를 지속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현재 법원은 쌍용차에 대한 재무 상태 등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M&A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M&A가 성사되면 법정 관리 조기 졸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