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한 경향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허리를 다쳤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그동안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지난 시즌 나름대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면서 자신과 주변의 기대가 커진 때문이었다. 부상 뒤 부담을 내려놓고 차근차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차분하게 준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광현은 지난 24일(한국 시간) 시즌 첫 승에다 프로 데뷔 첫 안타와 MLB 데뷔 한 경기 최다 탈삼진까지 수확하며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안방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5개만 내주고 탈삼진 8개를 곁들여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5 대 4로 이겨 시즌 첫 승을 거둔 그는 지난해 9월 밀워키전 6개를 넘어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평균자책점은 9.00에서 4.15로 대폭 낮아졌다.
허리 통증으로 재활을 거쳐 지난 18일 시즌 첫 선발 등판(필라델피아전)에서 3이닝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던 김광현은 이날 높아진 직구 구속, 예리해진 슬라이더로 타선을 묶었다. 1회초 선두타자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유격수 땅볼과 3·4번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3회초 첫 삼자범퇴(삼진-좌익수 뜬공-삼진) 이닝을 만들어낸 그는 5회에도 중견수 직선타-삼진-삼진으로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순항하던 김광현은 6회초 선두타자 니콜라스 카스테야노스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5 대 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광현은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빗맞은 타구가 3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구른 사이 1루 베이스를 밟아 첫 안타도 신고했다. 지난해 MLB 1호 승리를 비롯해 3승 중 2승을 신시내티를 상대로 따냈던 김광현은 신시내티 ‘천적’임도 입증했다. MLB 데뷔 후 처음 홈 관중(1만 3,196명) 앞에서 역투를 펼쳐 갑절의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