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식료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도착하는 '새벽배송'이 6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15년 5월 마켓컬리가 처음 선보인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2조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불과 6년 만에 몸집이 250배나 커졌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비대면 소비 수요가 이어지면서 4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플레이어들도 늘었다. 마켓컬리 등장 이후 헬로네이처, GS프레시, 로켓프레시, SSG닷컴, 현대식품관투홈 등 매년 신생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새벽배송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식료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20%에 불과해 올해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은 새벽배송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존 수도권 중심의 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프리미엄 상품은 물론 다양한 니치 상품까지 범위를 확대하며 영토 확장 2라운드에 돌입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027410)리테일이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는 최근 기존 부천 신선물류센터 대비 4배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곤지암 물류센터로 물류 기지를 이전했다. 곤지암 물류센터의 규모는 1만2,235㎡(약 3,700평)으로 기존 부천 신선물류센터보다 2.6배 이상 크다. 지난해 내부 시스템 구축과 애플리케이션 개편을 완료했고 새롭게 갖춰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헬로네이처는 코로나19 수혜로 지난해 전년 대비 94% 증가한 427억 원의 매출을 거둔 바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은 물론 비건, 저탄고지 등 다양한 고객 취향에 맞춘 니치 식품과 원스톱 장보기 실현을 위한 비식품 상품의 재고도 늘려 서비스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새벽배송의 범위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새벽배송의 원조격인 마켓컬리는 이르면 다음 달 충청권을 시작으로 올해 남부권까지 전국으로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김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일평균 주문량의 2배에 달하는 44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새벽배송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마켓컬리의 뒤를 빠르게 쫓고 있는 SSG닷컴은 29일부터 프리미엄 슈퍼마켓 SSG푸드마켓 상품 450종을 새벽배송에 추가하며 상품군을 확대한다. 신선식품 220종을 비롯해 가공식품 200종, 반찬류 30종으로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에 입고시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새벽배송한다. 지난 2019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SSG닷컴은 첨단 물류센터를 활용해 새벽배송 지역을 꾸준히 확대하는 것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139480) 등 오프라인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새벽배송 상품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벽배송 업체들이 아직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출혈 경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몸집은 매년 배로 불어나고 있지만 높은 원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은 1,162억 원으로 전년 보다 적자 폭이 150억 원 이상 확대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은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시장 성장성이 여전히 높아 업체들이 본격적인 몸집 확장을 위해 인프라와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