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과학기술 인재 양성으로 국가경제 기여…기술 사업화 종잣돈 기부 절실"

'대학기부' 팔 걷어붙인 정진택 고려대 총장

고대, 이공계-의대 R&D파워 세져

QS평가 국내1위…톱연구자 늘어

기술이전·창업으로 성장동력 확보

오너 상속주식 대학신탁 제도 필요

경영권 유지·배당금 R&D활용 효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대가 이공계와 의대의 연구개발(R&D)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대가 이공계와 의대의 연구개발(R&D)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며 "과학기술 등 인재 양성을 위해 독지가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려대가 전통적으로 문과 쪽이 강하다 보니까 6년전에 한 판사 출신 교육부 장관이 당시 총장에게 ‘고려대에도 공대가 있느냐’는 질문을 한 적도 있습니다. 실상 고려대 이공계와 의대가 연구개발(R&D)과 기술 사업화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국가 성장동력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정진택(61·사진) 고려대 총장은 26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총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기관인 QS의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고려대가 지난해 국내 1위(전체 11위)를 차지했으나 아직 고대의 과학기술 파워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려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석사를 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모교에 부임해 공대 학장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을 거쳐 2019년 개교 114년만에 처음으로 공대 출신 총장이 됐으며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가 과거 법대와 경영대, 정치외교 등 사회과학 분야 성과가 널리 알려진 게 사실이나 요즘은 이공분야와 의대의 연구역량이 크게 높아졌다”며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5만달러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고대가 앞장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미국의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고대 교수들이 10명 가까이 이름을 올리는 등 자연계 R&D 역량이 커졌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정부와 기업의 연구과제비뿐만 아니라 도전적인 연구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재원이 충분치 않다는 게 정 총장의 고민이다.

그는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돼 대학 재정여건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우수 신임교원들의 정착 연구비나 학제 간 융합연구, 기초학문 지원, 국제연구협력, 노벨상 연구지원 등에 종잣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현재 R&D 역량을 기반으로 대학에서 우수 특허를 대거 확보한 뒤 기업에 기술이전하거나 교원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총장은 “교육혁신과 연구역량 확충 못지않게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기술 사업화”라며 “고령화 시대 바이오생명 대국을 만들기 위한 의대와 공대의 융합연구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에너지·신소재 연구 등 국가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물론 의료원에 기술지주회사를 별도로 두고 연구중심병원을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두 곳이나 운영하는 곳은 고려대가 유일하다”며 “이제는 의대 교원들이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이오헬스 분야의 사업화를 꾀하는 데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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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교원들의 기술기반 창업 활성화를 위해 대학기술지주회사를 통해 200억원 이상의 투자 종잣돈을 마련했으나 아직은 크게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에 기술이전하고 교원 창업이 활성화돼야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세금도 내고 대학 재정도 확충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은 중국 칭화대나 싱가포르 난양공대, 일본 도쿄대 등에 비해 투자재원이 크게 부족해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고려대에서 신개념 전기장 암치료 기술이 있는 ㈜필드큐어를 비록 20여개의 교원창업기업이 활동 중이고 학생 창업기업도 연 30여개 이상 나오고 있으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려대에는 힘들게 과일 장사를 해 모은 4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김영석·양영애씨 부부를 비롯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200억여원을 내놓은 故 정운오 회장자제들, 110억원의 장학기금을 출연한 이용희 태광사 회장, 노벨상 가능 교원들을 위한 ‘인성(仁星)스타연구자상’에 50억원을 제공한 유휘성 교우, ‘육종연구소’ 기금으로 30억원을 쓰도록 한 김재철 변호사 등 기부행렬이 이어졌다. 정 총장은 “과학기술을 비롯한 국가 동량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주신 분들께 고대병원 무료 혜택 등이 있으나, 좀 더 예우를 해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이분들의 숭고한 뜻을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장은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금에 대한 정부의 세제혜택도 필요하다”며 “중견기업 오너 등이 상속 주식을 대학에 신탁할 경우 피상속인은 경영권을 유지하고 배당금은 R&D에 쓰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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