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윤여정의 전 남편인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축하 인사를 전했다.
26일 조영남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의 수상에 대해 "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수상 소식을 들었다"면서 "내 일처럼 기쁜 소식이고, 엄청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영남은 "사실 수상이 유력해 보였다"며 "다른 후보작들도 봤는데, 윤여정이 투표에서도 앞서고 있길래 '됐다' 싶었다"고도 했다.
조영남은 또한 "남들이 보기에 내가 언급하는 게 안 좋다고 하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나는 그냥 축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조영남은 "이 일이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 방, 복수 아니겠나"라며 "바람 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조영남은 "지난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에 이어 윤여정 배우의 수상까지, 이제 한국 문화가 아시아권 문화를 선도한다는 의미 아니겠나"라면서 "이 점에 대해 너무 뿌듯하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고 정말 대단하며 우리가 이렇게 멋진 나라에 살고 있다는 긍지를 느낄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정과 조영남은 각각 배우와 가수로 활동하던 중 만나 1974년 결혼했다. 이후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1987년 이혼했다.
한편 윤여정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한국 배우가 영화계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오스카 시상식에 오른 첫 사례다.
1966년 T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55년 만이다. 한국 배우로서는 남녀 통틀어 첫 오스카 수상 기록이며 아시아 배우로서는 일본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영화 ‘미나리’에서 낯선 땅에 뿌리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인 가정의 갈등 조정 및 상처 치유 역할을 하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오직 딸의 가족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기에 모든 상황과 문화가 낯설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이 영화로 윤여정은 오스카 시상식 이전에 이미 세계 여러 영화 연기상 35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오스카 바로미터로 꼽히는 미국배우조합상,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사실상 오스카도 윤여정의 품에 안길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여정은 ‘이변 없이’ 오스카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