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4월 누적 수주 1위에도 불안한 韓 조선…LNG선 다음이 없다

[갈길 먼 K조선 르네상스]

韓 조선, 4월 누적 수주 점유율 46.7%…세계 절반 차지

LNG 선박 앞서지만 中·日 대비 경쟁력 우위 장담 못 해

韓만 각자도생 기술 개발…'기술지주회사' 설립 필요

현대重 등 노조는 파업 멈추고 수익성 개선에 힘 실어야





“조선업 부활? 아직 멀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억눌렸던 발주가 쏟아진 영향입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를 계속 이어갈 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한때 적자 수렁에 빠졌던 한국 조선 업계가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처럼 업황이 기지개를 켜며 부활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추진력이 더 필요하다. 현재는 LNG선 기술력으로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지만 수소연료전지 선박, 암모니아 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따돌릴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R&D) 인력과 투자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2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4월 전 세계에서 총 1,385만 CGT(표준선환산톤수)가 발주됐는데 그 중 한국은 647만 CGT를 수주했다. 국내 조선 업계의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은 코로나19의 여파로 83.3만 CGT에 그쳤다. 또 지난해 이 기간 15.1%에 머물렀던 수주 점유율도 올해는 46.7%로 뛰었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이 차지한 것이다. 한국 조선의 릴레이 수주는 압도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기술력 덕분이다.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LNG선 발주가 확대되는 가운데 앞선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반응이다. LNG선 다음이 없다는 불안감이 더 큰 것이다.




“한국 조선 업계는 중국 등 경쟁국 대비 수소나 암모니아 선박을 늦게 내면 안 됩니다. 당분간은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선박 기술로 앞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경쟁국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이 이제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억눌렸던 발주가 지난해 말부터 쏟아지며 한국 조선업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조선 업계에서는 아직 안도하기 이르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조선업 수위를 차지하기 위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과 낮은 인건비 부담을 경쟁력 삼아 저가 수주에 나서는 중국과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의 추격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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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 조선업이 헤쳐나가야 할 대외 경쟁 상황은 여전히 엄혹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칫하다가는 모처럼 찾아온 수주 훈풍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중국에 조선업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일본 대비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빅3 기술 협력 △노사 협력 △연구개발(R&D) 인력 양성과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빅3, 기술 협력 절실=“한국은 조선 3사가 기술 협력 없이 각자 똑같은 기술에 모두 투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당국이 친환경 선박 기술을 국영기업들에 각각 할당해 개발을 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 사가 개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한국뿐입니다.”

양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선박과 관련한 한국 조선 업계의 기술 개발 현실이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래 어떤 선박이 대안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 3사가 기술지주회사를 차려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며 “공통 과제는 공통으로 진행하고 차별화 포인트는 따로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D 인력 태부족=‘1,089명→1,219명’. 지난 2017년 1,089명이었던 국내 조선 3사의 R&D 인력은 2020년 1,219명으로 약 1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수치는 2019년과 비교하면 약 30명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 수요는 갈수록 급증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핵심인 R&D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세계 주요국이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앞당기면서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연료전지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을 미리 갖추지 못할 경우 친환경 선박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학계는 지금이라도 정부 주도의 장기적인 조선해양 연구 과제와 인력 양성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의 조선해양 관련 학과·학부 입학 정원은 1,100명 수준으로 중국의 30개 대학 1만 명 규모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 업계는 현재 축적된 기술 노하우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연간 1만 명씩 배출되는 중국의 조선 인재들에 의해 언제든 기술 역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갈 길 바쁜데, 발목 잡는 노조=“지난해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을 보셨습니까. 이익이 나기는커녕 적자입니다. 이런데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최근에 만난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또 파업에 돌입한다는 노조 얘기를 하며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2년째 임금 및 단체협약이 부결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23일부터 올해 두 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수주 훈풍이 부는 만큼 올해는 사측이 꼭 임금을 인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 조선 업계의 수익성 악화 현실에 비춰보면 무리한 요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조선 3사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7년에는 2,234억 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2019년 336억 원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8,263억 원 적자로 손실 규모가 20배가량 커졌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는 여전히 저가 수주 경쟁 여파를 겪고 있다”며 “최근 반짝 수주가 늘었지만 선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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