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무주택자·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책의 발표 시기를 연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10%포인트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 혜택을 넓히는 것과 소득, 대상 주택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당정이 논의하고 있다. 다만 가계 부채를 죄겠다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2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 부채 관리 방안에는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방안이 일부 담겼다. 이들을 포함한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거 사다리 지원 방안은 차후 당정 협의를 통해 확정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식은 사회 초년생 눈높이에 맞췄다. DSR 산정 시 ‘장래 소득 인정 기준’을 통해 미래 소득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용 노동 통계의 ‘예상 소득 증가율’ 통계 등을 감안하면 같은 소득의 중장년층보다 최대 40%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급여가 250만 원인 만 24세 무주택 근로자의 경우 연소득은 3,000만 원이다. DSR 한도 40%로 연 금리 2.5%에 만기 30년의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대출 한도는 2억 5,000만 원이다. 하지만 예상 소득 증가율(75.4%)을 적용하면 장래 소득은 4,141만 원으로 늘고 덩달아 대출 한도도 3억 4,850만 원으로 증가한다. 장래 소득을 감안한 대출 한도가 39.4% 늘어난 셈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는 한발 후퇴했다. 당초 금융위가 예고했던 40년 만기 정책모기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만 39세 이하의 청년이나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40년 정책모기지 도입으로 청년·신혼부부의 월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폭 줄어들게 된다. 연 2.75% 금리의 3억 원이 30년 만기일 경우 월 원리금 상환은 122만 원이다. 만기가 40년으로 늘게 되면 원리금은 104만 원으로 15.1%가 감소하게 된다.
향후 발표가 예고된 대출 규제 완화책에 보다 폭넓은 혜택이 포함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LTV·DTI 10%포인트 우대 혜택 폭을 최대 20%포인트까지 넓히는 게 핵심이다. 현재 연소득 8,000만 원(생애 최초 구입자 9,000만 원)인 우대 혜택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억 원(조정대상지역 5억 원)인 대상 주택의 상한 기준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실수요자의 범주를 일시적 2주택자로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 부채) 총량은 관리를 하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지원은 지금보다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별도로 발표된 방안을 통해서 실질적 대출 한도나 이런 부분에서 애로가 없도록 보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