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韓과 정반대 북핵해법 제시한 美…정상회담서 불협화음 커질수도

■ 美 대중·대북 압박 기조 재확인

북핵 대응 '엄중한 억지'에 초점…'대화 우선' 文정부와 간극

中 견제에 韓 동참 요구 전망…"소극 대응 땐 한미동맹 약화"

"韓 전략적 모호성 고수하면 美서 외면·北中에 휘둘릴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1월 취임 이후 첫 연설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은 연단 뒤에 앉아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1월 취임 이후 첫 연설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은 연단 뒤에 앉아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외교와 엄중한 억지를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와 불협화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대화 등 싱가포르 선언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의 한 축으로 제재 방안을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스와프 등 실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대북·대중 정책을 두고 갈등만 표출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에 대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와 또 다른 불협화음의 지점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대중 압박 전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한다면 한미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진행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문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과 엇갈리는 방향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동맹국들과 함께 외교와 엄중한 억지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북미 대화를 통한 협상 재개가 중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대북 정책에서 한미 간 상황 인식에 대한 깊은 간극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그 이전에 했던 6자회담도 북핵 문제에서 진전하지 못한 것을 고려해 강온 양면의 대응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미국이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언급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그렇다고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대중 정책 역시 우리 정부와 인식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통해 중국을 철저히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쿼드가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형태라면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으로 결국 쿼드 또는 쿼드 확장체의 참여를 두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결국 우리 정부에 쿼드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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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방향이 우리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만큼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찰떡궁합’을 보이며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등 실리를 챙긴 것과 달리 한미 정상회담은 큰 성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미국이 동맹국을 중시하는 만큼 불협화음을 드러내놓고 표출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북·대중 구상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갈등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안보 지형을 자극해 우리 정부가 결국은 미국 또는 중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뒤늦게 한쪽을 선택하면서 실리는 실리대로 잃고 명분조차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강력한 군사동맹체로 작용할 경우 역내 동맹과 우방들의 해상 군사훈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사일 등으로 미군 함대의 접근을 억지하는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을 강화하며 항공모함전단 등을 대거 전개할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또 이에 맞서 합동 군사훈련에서 우리 정부의 참여를 강화하도록 요청하고 훈련은 쿼드 국가와 연합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의 핵 억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아예 한국군에 공유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들 시나리오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 대화로 풀고 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는 전혀 다르다. 한 국방 전문가는 “정부가 지나치게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경우 미국으로부터 외면받고, 중국과 북한에 휘둘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김혜린 기자·강동효 기자·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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