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81조 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지만 공모주 배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배정하기로 검토한 우리사주조합 실권주는 논란이 커지자 일반 공모로 전환하면서 불을 끈 듯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관에 배정된 물량이 감소하면서 일부 기관이 의혹의 눈초리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개인이건 기관이건 SKIET 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전쟁 수준의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 주관사의 미숙한 업무 처리가 SKIET의 화려한 기업공개(IPO) 데뷔에 오점이 된 것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IET 상장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기관투자가들에 이미 배정한 공모주 물량을 축소한다고 통보했다. 배정 후 세 번째 물량 조정이다.
주관사 측은 우리사주조합 실권주를 일반 청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괄적으로 배정 주식 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기관들에 배정을 검토한 106만 9,500주(공모가 기준 1,123억 원)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배정 주식 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잦은 배정 주식 수 변동으로 기관들의 불만이 높다. 이번 우리사주조합 실권주로 인한 배정 변동뿐만 아니라 이미 앞서 몇 차례 배정 주식 수가 바뀌면서 공모 과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공모주 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과거 공모주 청약 때도 배정 물량을 사후 축소한 적이 있다”며 “특정 기관에 공모주를 더 주기 위해 (다른 기관들의) 배정 물량을 줄인 것이라는 의심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판단한 공모주 배정 감소 비율은 8.5% 수준인데 14%가 넘게 줄었다”며 “배정 축소 기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다 보니 공모주가 공정하게 분배됐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배정 주식 및 기관 청약 현황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우리사주조합 실권주를 받게된 일반 투자자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106만 9,500주가 추가 배정되지만 청약 열기가 워낙 높아 여전히 돌아오는 공모주 몫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을 통해 균등 배정을 노린 투자자들은 여전히 0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미래에셋에서 최소 1주를 받게 된 점이 위안거리. 고액 투자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쟁률이 239.06 대 1로 지난 29일 발표 기준 288.17 대 1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1억 원을 투자해도 배정되는 주식은 4~5주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10년 경험상 IPO 기관 배정이 세 번 이상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며 “국민청원이 올라온다고 (기관 배정) 물량을 줄이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