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과학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를 첫 적용한 첫 신차 ‘아이오닉5’를 시승하는 내내 든 느낌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5를 만났다.
시승차량은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전륜구동)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이었다. 가격은 약 5,900만원이다.
지난 3월 아이오닉5의 실물을 처음으로 미디어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실물을 가장 먼저 마주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파라메트릭 픽셀’이 적용된 전조등이었다. 얇고 간결하게 일자로 이어진 전조등이 촘촘히 박힌 파라메트릭 픽셀이 현 시대를 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구현해낸 느낌이었다. 야외 주차장에 아이오닉5 수십대가 도열한 광경을 보니 내가 미래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대형차에 맞먹는 3,000mm에 이르는 축간거리와 이에 걸맞는 현대차(005380) 전기차 역대 최대 직경이자 공기 역학 구조를 적용한 20인치 휠이 압도적 크기를 자랑했다.
실내 디자인은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느껴졌다. 카메라와 모니터 시스템이 연결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스마트 키를 인식해 자동으로 나왔다 들어가는 도어 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공간 활용을 위해 변속기는 운전대에서 튀어나온 컬럼식 변속기가 적용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평평한 바닥에 슬림해진 칵핏 덕에 운전석과 조수석이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에 위치한 콘솔(유니버셜 아일랜드)를 뒤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 운전석과 조수석을 쉽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스타필드 하남 야외주차장에서 서울 현대EV스테이션 강동을 거쳐 다시 스타필드 하남으로 돌아오는 약 22㎞ 구간을 주행했다.
시동을 거니 전기차답게 조용했다. 내연기관에서 느꼈던 배기음을 듣는 재미는 없었지만 주행 내내 귀가 편안했다. 첫 전기차 시승인 만큼 액셀을 밟았다 뗄 때마다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 제동의 느낌은 익숙지 않았다. 그 대신 가속을 할 때는 확실하게 치고나가는 운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핸들링과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지는 서스펜션도 적당했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각종 신기술은 주행 중 그 진가가 드러났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서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길 안내 화면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줬다. 여기에 증강현실(AR) 시스템을 적용한 방향지시 표시가 나타나 더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반자율주행모드로 전환하니 스티어링휠이 부드럽게 돌아가며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따라 코너링을 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사이드 미러를 대신하는 디스플레이를 볼 때운전석으로부터 거리가 있는 오른쪽 사이드미러는 편리했지만 왼쪽은 자꾸 카메라와 어색한 눈맞춤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차선 변경 시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빨간색 표시선 덕에 적정 차간 거리를 알 수 있는 건 좋았다.
시승 중 강동EV 스테이션을 찾아 직접 충전을 했다. 차량을 주차하고 뒤편 키오스크에서 충전량을 선택한 뒤 결제를 하면 천장에서 차량의 충전구 방향으로 충전기가 내려왔다. 배터리 용량 50%를 70%로 채우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 언저리였던 주행가능 거리는 금세 80㎞ 충전기 상단의 거대한 원형 램프가 충전량을 직관적으로 알려줬다.
시승을 마친 후 약 한 시간 동안의 도심 주행동안 연비는 6.1㎞/kWh가 나왔다. 야외 기온이 30도가 넘는 탓에 에어컨을 키고 달린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현대차가 밝힌 평균 복합연비는 4.9㎞/kWh다. 다른 참가자들의 연비를 컨닝했더니 4~8㎞/kWh까지 다양했다. E-GMP의 에너지 회수 능력과 운전자의 연비 운전 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의 예비 오너들이 가장 걱정해야할 것은 역시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다. 지난달 28일 정식 출고 전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터지며 계약 물량의 생산 지연이 잇따랐다. 구동모터 납품도 늦어지며 생산차질은 이달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