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인도가 8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재개한다. 양측 모두 중국의 부상에 맞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어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통화를 하며 FTA 협상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오는 8일 열릴 양국 화상 정상회담 종료 후 협상 재개가 공식 발표될 수 있다”면서 “상황은 낙관적이지만 협상 재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U와 인도는 지난 2007년 FTA 체결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법률 시장과 의약품 시장 개방, 자동차 부품 관세 등에 대한 이견으로 2013년 5월 협상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양측 모두 자국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통계 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은 직전 해보다 각각 2.2%, 5.6% 늘어났다. 지난해 인도의 최대 교역국 역시 중국이었다. 하지만 EU는 인권 탄압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며 최근 투자 협정 비준 논의까지 중단했고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
EU와 인도의 협력은 무역을 넘어 외교·기후변화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모디 총리와 통화한 후 “양국이 무역과 투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무역과 디지털·기후변화·다자주의에 대한 전략적 관계를 강화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기 위한 제3국 인프라 투자 계획도 논의할 예정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