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검찰총장, 사이비 개혁 응징해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임자 유력 대선 후보 부상은

공정한 개혁 원하는 국민 명령

이제 새총장에 바통 넘어갈 차례

최원목 교수최원목 교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치안이 확보된 나라다. 밤에도 여성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고 마약과 범죄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검찰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의 공이 크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국가의 치안과 기강을 확립하는 데 여념이 없다. 5%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정권의 변곡점마다 권력과 이권을 나누며 공권력을 남용해왔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에게 잘 보인 사람이 아니라 95% 검사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다.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이런 5%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면 된다. 그럼에도 적폐 청산이라며 역사적 검찰 개혁 과제를 내세워 검찰 조직 100%를 정치적으로 장악하려 한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로 자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조차 개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검찰을 이용하지 않는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의 ‘명을 거역’한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 1순위에 올랐고 퇴임해서도 여전히 1위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검찰총장 직위를 두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개혁을 핑계로 정권 차원에서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초래한 결과다. 검찰의 사건 창고에 쌓여 있는 권력형 비리들을 꺼낼지 말지 최종 결정하는 자리가 검찰총장이다. 이번 정권은 공정과 개혁을 표방하며 적폐 청산까지 외쳤으니 스스로 범한 권력형 비리가 입증되면 치명상을 입는다. 이미 정권 실세들의 개별적 일탈과 비리 행각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조직적 이권 수탈과 권력 남용 행위들이 법 집행기관에 의해 입증되지는 않았다. 검찰총장은 그래서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다.

관련기사



그동안 공수처를 만들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권력 전체를 매섭게 다스린 것도 개혁보다 장악이 목적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은 합리적이다. 검찰 개혁 명분을 내세워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오히려 지연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라는 말이다. 소속 인원도 다 채우지 못하고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괴물 조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놓고 개혁의 상징인 양 선전하는 것도 공수처를 정권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것이다. 최소한 고위 공무원 관련 권력형 비리 수사는 검찰 창고에서 떼어내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기에 허울 뿐인 공수처라도 정권 유지 차원에서는 유용하다.

결국 신임 검찰총장 후보는 예상대로 정권 친화적 인사로 지명됐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장악 시도에 충실히 보좌했고 퇴임 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지만 정권 친화성 때문에 감사원장이 끝내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감사위원보다도 못한 인물이 검찰총장이 된 셈이다.

지금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개혁의 이유는 역사적으로 ‘정치 권력을 좌우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을 지배해야 한다”고도 한다. 스스로를 선한 권력으로 정의하고 검찰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는 위험성을 무시한 사고방식이 이들의 개혁이다. 이런 사고로 법무부 장관의 명을 거역하지 않고 검찰 조직을 이끌 적임자로 김오수 총장 후보자가 지명된 셈이다. 선출된 권력은 헌정 체제에 의해 뽑힌 것이다. 헌정 질서를 선출된 권력이 무시하는지 감시하는 헌법적 기능을 갖고 있는 검찰을 오히려 지배하려는 사고는 개혁이 아니다. 역사상 희귀하게도, 전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직행한 것은 바로 사이비 개혁을 응징하라는 국민적 명령이다. 이제 신임 검찰총장에게 바통이 넘어갈 차례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