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쌀값 16% 올랐는데 비축분 못풀어...비철금속만 부랴부랴 방출

[소비자물가 44개월來 최대 상승]

정부 조기안정에 사활 걸었지만

농가소득 저하 우려에 쌀 못 풀고

수입곡물 비축, 소비량 대비 미미

2분기도 고물가 추세 지속될 듯



이억원(왼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오전 민생·물가 현장점검차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을 살펴보고 있다./오승현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자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겹쳐 농축산물이 여전히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세계 경기회복 조짐과 함께 국제 유가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그나마 평년보다 높은 비축량과 할인 방출을 하고 있는 원자재는 관리가 가능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은 비축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진입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도 높아진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 요인이라며 금리 상승은 없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립서비스일뿐이라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준비되지 않은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과정에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4일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지난 2017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인 2.3%보다 높았다.

2분기에는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유가 상승과 경제 심리 개선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있다”며 “지난해 2분기 물가도 굉장히 낮았던 만큼 기저 효과가 작용해 당분간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에 실패할 경우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조기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 노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조달청이 비축 중인 구리·알루미늄·주석을 5월에도 1~3% 할인해 방출하고 가공식품 가격의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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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급등한 쌀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쌀 20㎏당 평균 소매가격은 5만 9,798원으로 1개월 전(6만 255원)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5만 1,591원)보다 약 16.8%, 평년(4만 6,413원)보다 약 29.8% 높았다. 이에 막걸리 제조 업체들은 이달부터 판매 가격을 최대 35%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올 3월부터 햇반 가격을 100원(6~7%) 인상했고 동원과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시장에 풀기로 발표한 37만 톤의 비축미 중 17만 톤을 1~2월에 공급했고 지난달부터 10만 톤을 추가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축미가 전년 대비 약 60% 감소해 비축미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쌀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비축미를 쉽게 더 풀 수도 없다. 자칫 쌀 농가 소득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쌀 수요인 16만톤의 2배 이상 되는 물량을 풀고 있다”며 “쌀값은 6월까지 차츰 안정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쌀 외에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 가격도 통제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밀 자급률은 1%, 콩 자급률은 30%에 불과했다. 그나마 밀과 콩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일부 물량을 비축하지만 자급률이 3.5%에 불과한 옥수수는 의무 비축량도 없다. 일본에서 쌀 100만 톤, 밀 2.3개월분, 기타 사료 곡물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1개월분을 비축하고 정부가 1개월분을 추가 비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평년보다 비축량을 더 확보한 원자재는 상황이 낫지만 물가가 오르자 부랴부랴 할인 방출을 하고 있다. 최근 백신보급 확대와 경기회복 기대감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다. 가스오일은 한 달 사이 35% 상승했고 구리도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톤당 8,930달러에서 한 달 새 9,949달러로 11.4%, 니켈은 톤당 1,500달러에서 1,750달러로 16.6% 뛰었다.

조달청의 5월 비축 물량 방출 계획에 따르면 구리는 3% 할인해 2만 4,700톤, 알루미늄은 1% 할인해 6,000톤, 주석은 1% 할인된 280톤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방출 물량은 국내 원자재 수요의 1~2% 수준이지만 급등하고 있는 가격을 잡는 데는 효과를 보인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세가 계속 확대돼 전기료·수도료 인상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면 정부가 한시적 완화 방안 등 대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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