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러시아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최종 평가를 오는 7월께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3일(현지시간) WHO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부총장은 이날 "우리 조사팀이 이미 2주 동안 러시아에 머물며 임상시험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며 "5월 10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생산 현장을 시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마오 부총장은 WHO 조사팀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생산하는 5개 시설을 방문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2개 시설 방문 때는 유럽연합(EU)의 의약품 평가·감독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 전문가들도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마오 부총장은 "전문가들이 임상시험과 생산 시설의 필수 기준 부합 여부에 근거해 6월 말 혹은 7월에 백신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 7월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현재 EMA 사전검토, 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 심사 단계에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낙관적 결과를 점친 바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만난 뒤 “WHO 조사팀의 방러 이후 스푸트니크 V를 WHO가 승인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사용 백신 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모든 과정을 빨리 진행하면 수 주 안에 승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MA는 지난 3월 초부터 스푸트니크Ⅴ에 대한 승인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했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결과만으로 승인하면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평가가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백신을 기반으로 외교전에도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을 겪고 있는 인도에는 지난 1일 스푸트니크 V가 처음으로 공급됐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인도 보건 당국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스푸트니크 V 1차 공급분이 지난 1일 인도 남부 도시 하이데라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발신자는 스푸트니크 V 백신 해외 공급 및 생산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였다. 정확한 공급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주재 인도 대사는 앞서 이달 초에 스푸트니크 V 백신 15만~20만 도스(1회 접종분), 이달 말까지 약 300만 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푸트니크 V는 인도가 사용할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지금까지는 인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비실드(Covishield) 백신과 현지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코백신(Covaxin)이 투입돼 왔다. 인도는 또 자국에서 스푸트니크 V 위탁생산도 할 예정이다. 앞서 RDIF는 인도의 5개 제조사와 연간 8억5,000만 도스의 스푸트니크Ⅴ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