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공감] 죽어도 죽지 않는 구아레아처럼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도 삶의 일부다. 넘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나무의 경우에는 그게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하지 않을까. 열대 폭풍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을 관통하면 구아레아 같은 나무는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지만 그래도 바람이 너무 강하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나무는 가로로 누운 상태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구아레아는 어느새 쓰러진 몸통에서 새로운 싹을 틔워올린 후 자기가 품고 있던 식량과 수분을 공급해준다. 이 ‘복제’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홀로서기 준비를 갖출 때까지. (리즈 마빈 지음, ‘나무처럼 살아간다’, 2020년 덴스토리 펴냄)

관련기사



폭풍에 몸통이 통째로 넘어갔는데도 다시 살아나는 나무가 있다. 구아레아는 죽은 뒤에 부활하는 나무다. 거대한 통나무가 꺾여 가로로 누웠을 때 누구나 그 나무의 생은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구아레아는 쓰러진 고목에 남은 모든 힘과 에너지를 끌어올려 새싹을 피워낸다. 사람 가운데도 저치는 한물갔다, 망했다, 끝났다고 조롱당하는 순간까지도 자기 안에 남은 한줌의 희망을 끌어올려 다시 삶을 일구는 구아레아 같은 사람이 있다.

이 책은 평소 인간이 휴식과 관상의 대상으로 바라본 나무를 스승으로 모시는 책이다. 독한 니켈이 몸에 들어와도 영롱한 푸른빛 수액으로 바꿔 저장하는 뉴칼레도니아 지방의 세브 블뢰(seve bleue), 이웃 나무들끼리 뿌리를 감아 끝까지 함께 살아남고야 마는 연필향나무 등 각자의 필살기를 단련해온 나무들의 기적 같은 생존기이다.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우직하고 긴 삶을 유지하는 줄로만 알았던 나무 한 그루 안에 이토록 역동적이고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함부로 넘어졌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섣불리 죽는다고 떠벌리지 않기로 했다. 나무처럼 살아간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그러나 내면은 치열하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