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기관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 승인 때 운영하는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했다. 지금은 형사소송이나 당국의 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이면 기계적으로 심사를 중단했지만 앞으로는 중단 요건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심사 중단 사안을 6개월마다 검토해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금융권 인허가·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의 중단 요건과 재개 절차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심사중단제도란 소송·조사·검사 등이 인허가 및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면 금융 당국이 심사 절차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단과 재개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개선 방안이 나오게 됐다. 예를 들어 과거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이유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송이나 당국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금융 신사업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형사 절차의 경우 고발·임의수사 단계에서는 심사가 중단되지 않으나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강제수사(구속영장 발부, 압수수색 등)나 기소 시점부터는 심사가 중단된다.
행정절차에서는 제재 절차 착수, 검찰 통보·고발이 심사 중단 사유가 된다. 인허가 등의 신청서 접수 이전에 시작된 조사·검사도 심사 중단 사유가 되지만 신청서 접수 이후에 착수한 조사·검사는 심사 중단 사유가 아니다.
금융위는 또 6개월마다 심사 중단 사안의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형사 절차에서 강제수사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 기소되지 않거나 검찰 기소 공소장에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 관련 법령 등이 적혀 있지 않으면 심사 재개 요건이 된다. 형사재판의 1심·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 역시 심사 재개 요건이다.
행정절차에서는 검사 착수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제재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 제재 무혐의 처분, 검찰 통보·고발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 기소되지 못한 경우가 심사 재개 요건에 해당한다.
금융 당국은 심사중단제도 적용 대상을 금융권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은행·저축은행·금융투자 등에 더해 보험·여신전문·금융지주도 신규 인허가 부문에서 심사중단제도 적용을 받는다.
이 같은 개선안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인가 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심사가 잠정 중단됐다. 반면 삼성카드·경남은행의 경우 마이데이터 심사가 재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되지 않은 점을,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근거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심사가 중단됐다. 금융위는 향후 논의를 거쳐 양사의 심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제도 개선과 관련한 추가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6월 중 업종별로 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간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