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불편 여전한 보험금 수령, 올 실손 청구 간소회 될까

보험금 지급기간 줄고 있지만

아직도 서류준비에 시간 허비

12년 끈 '전산화 입법' 통과 주목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간은 줄고 있지만 보험금 수령의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서류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2년째 공회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이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5일 생·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금 평균 지급 기간은 지난 2018년 하반기 1.81일에서 2020년 하반기에는 1.54일로 줄었다. 손해보험사들도 같은 기간 1.2일에서 1일로 감소했다. 보험금 평균 지급 기간은 소비자가 서류를 접수하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영업일 기준, 첫날은 산입하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의료 기관을 직접 방문해 진료비, 세부 내역서, 약제비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발급받은 뒤 우편, 팩스, e메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기간이 빨라져봐야 그 앞 과정이 번거로운 탓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청구 절차가 귀찮고 불편하다 보니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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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종이가 다량 발생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기준 전체 7,293만 건의 손해보험 건수 중 종이 서류 없이 처리된 비중은 0.002%(1,420건)에 불과했다. 보험금 청구 한 건당 청구서와 영수증 등 종이가 평균 4장 정도 필요한 만큼 1년에 낭비되는 종이는 수억 장에 달한다. 아울러 서류를 일일이 전산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 심사와 전산 입력, 보관 등에 들이는 인력과 비용 낭비도 크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환자가 병원에 요청하면 전산을 통해 서류가 보험사로 바로 전달되고 보험금이 청구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꼽힌다. 이 법안은 올해를 포함해 12년째 발의됐고 오는 10일에는 공청회도 열린다. 의료 기관이 환자의 진료 내역 등 증빙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들로 전송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의료 기관은 서류 전송 의무가 없고 환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될 경우 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등이 관리·통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이 영수증을 일일이 발급해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인력·행정적 낭비가 크다”며 “3,800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실손청구 전산화는 빠른 시일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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