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낮은 계통 접속 문제에도 국내 송배전 구축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은 재정 악화에 투자 여력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실시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에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 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지만 한전 자체 재정 압박 요인은 언제든 전기 요금 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전은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에 향후 1조 원가량을 출연해야 된다.
5일 한국전력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부채 비율은 149.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187.4%로 껑충 뛰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부담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이 같은 부채 비율은 오는 2024년 234.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이 홈페이지에 고시한 ‘자금예산’ 항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에는 자금 예산 기준 부족 자금이 한푼도 없었지만 신재생 보급 및 탈원전 등이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이어진 지난해는 부족 자금이 7조 2,962억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또한 3조 513억 원에서 2조 295억 원으로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 등으로 한전의 외부 출연액은 늘고 있다. 한전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출연액은 454억 원으로 2018년(86억 원)과 2019년(67억 원) 대비 껑충 뛰었다.
한전 내부에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 전기 요금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따라 올 2분기 전기 요금을 직전 분기 대비 1㎾h당 2.8원 인상해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 도모’라는 이유로 요금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