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핵동결-경제제재 완화 맞교환…北 '이란식 단계적 비핵화'에 무게

■바이든표 '北 비핵화' 해법은

美 새 대북정책 전략 '협상'에 방점

'이란핵합의 모델'로 추진하지만

北 협상장으로 이끌 유인책 없어

중국 협조땐 다자합의 가능성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평가한 점을 근거로 미국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재협상 전략이 북한에도 적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JCPOA는 핵무기 개발 동결과 국제 사찰을 전제로 제재 완화를 여러 개의 실무 협상 단계에 따라 달리하며 단계적으로 협상에 진도를 내는 방식이다. 다만 대북 적대시 정책 선(先)철회를 주장하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올 유인책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아 대북 협상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은 3일 런던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잡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전진할 방법이 있는지 들여다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대북 협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표 외교·안보 정책의 설계자인 블링컨 장관은 2015년 JCPOA를 이란 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인물로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날 뉴욕타임스(NYT)에 ‘북핵 협상 최고 모델은 이란식 합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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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식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의 도널드 트럼프식 일괄 타결 협상도, 버락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도 아닌 ‘실용적인 접근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트럼프 시절 파기된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재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3개의 워킹그룹을 통해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3개의 워킹그룹은 각각 JCPOA 규정을 다루고, 대이란 제재 해제 행정절차와 이란의 비핵화 행정절차를 진행한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이 제재 완화와 비핵화 상응 조치 조율 과정에서 결렬된 만큼 이 같은 워킹그룹 체제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JCPOA를 준용해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생산 시설을 동결하는 협상을 시작할 확률이 높다”고 관측했다. 또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JCPOA 재협상에서 성과가 나면 미국이 이를 대북 협상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실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핵무기 생산 경험이 있는 만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유인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과거에 생산한 핵물질과 핵탄두를 모두 공개할 확률이 적다”며 “이런 상황에서 철광석·석유 등 핵심 수출제한 품목만 몇 개 풀어줘도 제재에 특화된 북한 경제는 금방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 교수는 “미국은 유럽 3국(영국·프랑스·독일)과 러시아와 중국 대표를 통해 이란과 입장을 교환하는 다자회의 틀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북한의 경우 6자회담이라는 다자회의 틀이 유명무실해져 북미 간 대화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협상이 결렬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의 협조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는 전략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엔과 북한의 주변국들과 외교를 통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3일 영국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실무 환영 만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유지하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혀 북핵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협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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