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4일. 포스코와 국내 자원 개발 업계에 낭보가 들려왔다. 포스코가 10년 전 투자한 호주 광산 운영사 로이힐 홀딩스가 창립 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었다. 포스코는 로이힐의 전체 배당액 중 12.5% 지분에 해당하는 500억 원을 받았다. 배당 규모를 떠나 한때 실패한 자원 외교로까지 취급받았던 로이힐 투자가 알짜 수익원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포스코 임직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포스코는 올 1·4분기에도 1,500억 원의 배당금을 추가로 받았다.
호주 서북부 필버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광산은 현지 최대 단일 광산으로 철광석 매장량이 23억 톤에 달하며 연간 5,500만 톤가량 생산된다. 포스코는 광산 개발을 위해 세워진 로이힐 홀딩스에 2010년 당시 최대 규모인 1조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뛰자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수년 동안 잘못된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투자 초기 톤당 140달러에 달하던 철광석 값이 2015년 50달러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포스코 등 주주들은 뚝심 있게 광산의 효율성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2017년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갔고 실적도 뚜렷하게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로이힐이 광산 개발을 위해 빌린 62억 달러의 빚도 모두 갚고 배당까지 하게 됐다. 미운 오리 새끼로 비판 받았던 로이힐이 포스코의 효자로 자리한 셈이다.
철광석 가격이 6일 톤당 2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자 로이힐 투자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극심한 원자재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포스코는 로이힐에서 한 해 철광석 소요량의 25%가 넘는 1,500만 톤을 안정적으로 할인 공급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과거 정권의 자원 개발에 대해 ‘적폐’ 딱지를 붙이며 해외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감안하면 로이힐 투자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로이힐을 계기로 긴 안목으로 해외 자원 투자를 바라보고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공세적인 자원 투자 계획을 세우기를 기대해본다.
/김영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