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지사 설립을 확정지었습니다. 머지않아 아프리카는 건설기계 업계에 큰 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과감하게 선제 투자에 나섰습니다.”
공기영(사진) 현대건설기계(267270) 사장을 지난 6일 현대건설기계 분당사무소에서 만났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와의 기업 결합이 코앞인데 그는 현대건설기계의 최근 이사회를 통해 확정된 신흥 시장 개척 소식부터 전했다. 의외였다. 경쟁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게 됨으로써 현대건설기계가 세계 건설기계 시장을 공략할 청사진부터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공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신흥 시장 진출 소식부터 꺼내든 게 납득이 갔다. 그는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기 가진 강점을 강화하는 게 윈윈 전략이라고 했다. 가령 현대건설기계가 개척해놓은 신흥 시장의 네트워크를 두산인프라코어가 활용하는 식이다. 공 사장은 “10여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현대건설기계는 신흥 시장 개척 DNA가 있는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인 중국 판매망이 뛰어나다”며 “과거에는 경쟁자였지만 앞으로는 각자 현지 딜러망을 통해 양사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게 됐다. 상생하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알제리·온두라스·콜롬비아 등 10개국에서 현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 사장은 또 다른 신흥 시장 공략을 계획 중이다. 원자재가 풍부한 영미권 국가와 중남미권에 추가 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개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성이다. 요즘 건설기계 업계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자원 가격 급등에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고 있다. 생산 지연으로 애써 확보한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데 공 사장은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우리 예측보다 수요가 더 급증했다”며 “수출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적시에 부품을 공급받아 최대한 납기 지연 없이 인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현대건설기계는 분사 후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9,649억 원, 영업이익 7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6%, 644.9% 급증했다.
현대건설기계는 호실적을 이어가는 데 사활을 걸었다. 공 사장은 “납기가 급한 계약의 경우 비행기로 부품을 공수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추가 비용이 드는 것보다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게 더 두렵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어렵사리 부품을 공수해 제품을 완성해도 수출을 하려면 해운 대란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그는 “일부 지연되는 물량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없이 막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기계 업계 전체는 대체로 수개월가량 납기 지연 이슈를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건설기계 호황이 오는 2022년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 사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내년 말이면 건설기계 교체 주기에 들어서면서 신모델이 집중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인프라 투자가 수요를 견인하리라 봤다. 그는 “코로나19만 해결된다면 그동안 지연됐던 건설·인프라 등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이어지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로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지 4년이 됐다. 그는 이 기간 회사의 기초 경쟁력인 연구개발(R&D)과 품질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품질은 기존 부문에서 본부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공 사장은 “그간 성과물이 나타나는 시점에 경쟁자였던 두산인프라코어와 한 식구가 됨으로써 글로벌 ‘톱 티어’로 올라설 발판이 마련됐다”며 “올해는 영업력 배가 전략에 집중하는 만큼 한 번 지켜봐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남=서종갑 기자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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