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슬로바키아에 거주하는 마체이 시말시크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지난 30월 30일 자신의 이메일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이메일에는 “잠은 잘 자나. 길을 걸을 때 스트레스를 좀 받게 될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발신인으로부터 다음날 온 두번째 이메일에는 “인내심을 가져. 빅 브라더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발신자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중국 공자학원 원장이었다.
공자학원은 공식적으로는 해외에서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기관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금 및 인력 지원으로 통해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여론 조작과 스파이활동에 간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자학원은 전세계 160여개국에 540여곳이 세워져 있다.
시말시크 소장은 자신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슬로바키아 내 중국 기관의 자금과 영향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후 해당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익명의 공격은 많이 받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중국 권력기관에서 공식적 직함을 가진 누군가로부터의 공격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문제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유럽의 연구자들에 대한 중국 측의 협박과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말시크가 받은 이메일에 대한 SCMP 문의에 해당 공자학원 원장은 “농담이었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SCMP는 이러한 이메일이 유럽에서 자국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조직적인 행위중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SCMP에 따르면 시밀리크의 사례는 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아일랜드의 더블린대 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듀칼스키스는 “중국 정부와 연관된 기관들이 중국 정부에 불리한 사실을 폭로한 연구자들을 압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중국 문제 연구자들이 중국 비자를 거절당하거나 중국 내 정보 접근과 심지어 현지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흔했지만 최근에는 전략이 좀더 공개적으로 바뀐 듯하다”며 “관영 매체나 대사관을 통해 연구자들을 공격하고 몇몇은 제재하며, 나머지는 겁을 먹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면서 대만을 방문하는 프랑스 의원들에게 경고했는데 이러한 경고를 비판한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센터의 앙투앙 봉다즈 박사를 ‘삼류 폭력배’라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외교부는 “유럽의회 의원, 외교관과 연구원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 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이후 얼마되지 않아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저명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와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한나 노이만 공동 위원장은 “우리가 행사에 초청한 일부 중국 연사들이 제재 대상 기구에 협조할 경우 자신들도 똑같이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참가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럽 연구자들에 대한 제재를 비판하는 유럽 싱크탱크 대표들의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SCMP에 서한 발표 후 중국 대사관 관리들로부터 “중국의 이름에 먹칠한 자들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