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수가 전주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은 ‘백신 공백’ 때문으로 보인다. 확보한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접종에 집중하며 1차 접종은 속도 조절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이달 중순까지는 2차 접종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1차 접종자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9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은 단 3건으로 불과 일주일 전인 2일(1,561건)에 비해 1,558건 감소했다. 휴일인 일요일만 비교해도 한 주 전 일요일인 2일의 경우 1,561명으로 9일 1차 접종자 수는 매우 저조했다. 일요일에 위탁 의료 기관이 대부분 접종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접종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1차 접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진단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5월 첫째 주(5월 3~9일) 1차 접종 수는 22만 7,561건으로 하루 평균 접종 건수는 3만 2,509건가량이다. 직전 주 1차 접종 건수(112만 7,678건)에 비해 79.8%(90만 117건) 줄었다. 하루 평균 접종 건수는 12만 8,588건 감소했다. 어린이날(5일)인 수요일을 제외하더라도 접종 수는 75.2%(67만 4,164건)가량 감소했고 하루 평균 접종 건수는 11만 2,361건 줄었다.
‘느림보 1차 접종’의 원인은 백신 수급 불균형이다. 이날 0시 기준 AZ 백신은 24만 3,000회분이 남아 있고 화이자 백신은 65만 회분이 남아 있다. 이는 최대 접종자 수를 기록한 지난달 30일(30만 4,904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일이면 고갈되는 물량이다. AZ 백신은 오는 14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총 723만 회분이 주간 단위로 순차 공급되는 등 상반기에 1,376만 회분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2차 접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1차 접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예방접종 백신 물량이 많아지면 주말이나 일요일 접종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AZ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접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0시 기준 70∼74세 고령층 접종 대상자 중 27.7%만 예약을 완료했다. 6일 예약 개시 이후 사전예약률을 일별로 살펴보면 누적 기준 11.5%→23.4%→26.2%→27.7%로 날이 갈수록 예약자 규모가 줄고 있다.
이날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첫 번째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허가 가능한 수준의 예방 효과를 인정받았지만 도입 시기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모더나·노바백스·얀센 백신 물량 271만 회분을 상반기에 도입하기 위해 공급사와 논의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등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되는 60~74세 고령층의 백신 접종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진단은 예방접종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이에 준하는 질병이 발생한 사례 가운데 피해조사반 또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결론이 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 17일부터 내부 절차를 거쳐 한시적으로 1인당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례들 중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이거나 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