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삼성전자(005930)의 첨단 반도체 경쟁력 저하가 반도체 사업을 넘어 스마트폰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이미지 센서에 따라 달라지는데 애플의 경우 CPU를 전량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기술 격차가 스마트폰 성능에서 갤럭시와 아이폰의 격차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이 같은 지적을 단순히 ‘삼성전자 깎아내리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삼성전자는 1위를 지켜온 메모리에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인텔과 TSMC 등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비해 투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국가 전체 반도체 생태계로 보면 정부가 적극 육성하겠다던 팹리스(반도체 설계)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1분기 DS사업부가 영업이익 3조 3,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것으로 1년 만에 처음 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파운드리 수익성 악화로 분석된다. 반면 파운드리 선두 TSMC 경우 1분기 영업이익만 무려 53억 6,000만 달러(약 6조 원)에 달했다.
이 같은 실적 격차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비메모리 매출액 전망치는 19조 5,490억 원(약 173억 8,500만 달러)으로 TSMC(549억 5,600만 달러)의 3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투자 결정을 못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기존 공장에 이어 현지 추가 공장 증설 계획을 세워왔지만 부지 선정 과정부터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TSMC의 경우 한발 앞서 애리조나로 장소를 낙점하고 설립 공장 수도 기존 1개에서 최대 6개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반도체는 메모리에서도 선두권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2016년 46.6%에서 지난해 41.7%로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미국 마이크론 등이 낸드 2위 업체인 일본의 기옥시아 인수를 검토 중인데 딜이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쟁 심화로 삼성전자의 이익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노골화하는 미국의 반도체 굴기도 우려스럽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9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우리는 뒤처졌고 미국에서 충분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았다”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또다시 강조했다.
팹리스 상황 역시 지난 2년간 뚜렷이 개선되지 못했다.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팹리스 상장사 20곳의 지난해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절반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 팹리스 매출이 전년 대비 24%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흐름이다. 국내 1위 팹리스 기업인 실리콘웍스(108320)가 매출 1조 1,619억 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겼지만 이는 글로벌 10위권 기업인 영국의 다이얼로그(1조 5,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