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돈 미국의 지난 4월 고용 실적이 심각한 구인난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번에는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고용난에 직면한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결국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에 따르면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임금 인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기업에서 말을 듣고 있는데 비숙련 기술자를 중심으로 급여를 더 줘도 사람을 고용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앞으로 레저와 접객 분야의 노동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고용난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은 총재도 구인난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이것을 연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6만 6,000개 증가에 그치면서 제기됐다. 최소 100만 개, 많게는 200만 개까지 예상했던 것과 실제 수치와의 차이가 너무 벌어지자 되레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경우 ‘구인난→급여 인상→물가 상승’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CNBC는 “만약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유지하고 노동시장의 공급난이 계속되면 급여는 오를 것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채용 시 500달러를 준다는 식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헤드헌팅 업계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현재 전반적인 급여가 10% 이상 올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주당 300달러씩 더 얹어주는 실업수당 제도가 종료되고 학교가 완전 정상화되면 구인난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인력공급난에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학교 정상화가 이뤄지는 오는 9월까지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더 큰 의문은 노동자와 일자리의 미스매치다. 경제는 진화하는데 고용 시장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성격이 바뀌고 저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문을 여는 학교가 늘면서 여성의 고용 시장 참여율이 꾸준히 올랐는데 이번에 이런 추세가 꺾였다. 9월 새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여성들의 일터 복귀가 바로 이뤄지지 않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2일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구인난에 급여와 각종 생산 비용이 오르고 상품 가격도 뛰면서 고용, 인플레이션, 성장 지표가 서로 깊숙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어서다. 특히 큰 폭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연준은 완화적 통화 정책 유지에 큰 부담을 갖게 된다.
현재 월가에서는 4월 CPI가 전년 대비 3.6% 올라 3월(2.6%)보다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 참고에 CPI보다 개인소비지출(PCE)지수를 선호하지만 둘은 비슷한 경향성을 보인다. 에번스 총재는 “개인적으로 2.5% 정도의 물가 상승은 괘념치 않는다”며 “상당 기간 평균 2%의 수치를 유지할 수 있으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